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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국악의 만남… 공연예술 원형 탐색

입력 : 2014-11-23 21:03:56 수정 : 2014-11-23 21: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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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원, 음악극 ‘공무도하’ 공연
우리 음악 다양한 체계 종합 실험
‘임아, 저 물을 건너지 마오. 임이 결국 물을 건너시네. 물에 빠져 죽었으니, 이제 임은 어이할꼬.’

까마득한 과거부터 전해 내려온 짧은 시 한 편이 한국 공연예술의 원형을 탐색하는 실마리가 됐다. 그 결과물인 음악극 ‘공무도하’는 단순히 실험에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네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담아내 ‘한국적 카타르시스’라 불릴 만한 것을 끝내 관객에게 안긴다.

국립국악원이 연극계 거장 이윤택과 손잡고 선보인 ‘공무도하’는 동명의 고대시 속에 나오는 ‘도하(渡河·물을 건너다)’를 모티프로 삼은 이야기 두 편을 큰 줄기로 삼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나로부터의 이별’은 새로 이사 간 아파트의 동, 호수를 잊어버린 한 사내가 아파트 단지를 헤매다 혼이 빠져 전생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현대인을 ‘혼이 나간’ 채 살아가는 사람이라 꾸짖으며 반성을 촉구한다.

음악극 ‘공무도하’는 판소리, 정가, 경기소리, 서도소리, 궁중제례 등 우리 음악의 다양한 체계를 종합하는 실험을 선보인다. 사진은 ‘공무도하’ 공연 장면.
국립국악원 제공
다른 이야기 ‘사랑의 깃발을 흔들고 가리라’는 사랑하는 여인이 북한에 끌려갔다고 믿는 한 남자가 북한에 가기 위해 강을 건너는 내용을 담았다. 사랑을 위해 국경을 넘나드는 순애보가 애달픈 정서를 그득 담은 우리 소리를 만나 큰 울림을 전한다.

두 이야기는 일종의 극중극이다. 이야기에 앞서 갑남을녀가 재담을 나누며 우리 극 전통을 맛깔나게 설명한다. ‘공무도하’의 기획의도를 극 스스로 말하게 하면서 이야기를 펼치는 도입부인 셈이다.

이야기가 모두 끝난 뒤엔 술에 취해 강을 건너는 백발의 실성한 노인이 등장한다. 마침내 그를 말리는 “임아 강을 건너지 마오” 하는 절창이 놓이고, 그 위에 노인은 흐드러지게 춤을 추며 걸음을 옮긴다.

그 모습은 흡사 제의(祭儀)에 가깝다. 한껏 감정을 고양하는 전통음악 위, 가슴을 치는 우리 소리와 자유로운 듯 질서를 갖춘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어우러져 만든 모습이 황홀경을 이룬 끝에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공무도하’ 속 강은 삶과 죽음은 물론 온갖 것의 경계를 상징하기에, 강을 건너는 백수광부의 모습이 제의를 닮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백수광부는 강에 발을 디딘 채 이렇게 노래한다.

“애착을 가질 것도 거부할 것도 없는 강 같은 세계/ 나는 이 강에서 꿈꾸는 황금 비늘이었다…내가 세상에 짐 질 무게가 없어 깃털처럼 가벼워질 때/ 나는 비로소 자유를 꿈꾼다”

‘공무도하’는 오는 30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한다. 1만∼5만원. (02)580-3300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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