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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美 공화당 중간선거 승리는 변화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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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3 21:54:34 수정 : 2014-11-23 21: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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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선거 패인 분석, 문제후보 걸러내고 ‘합리적 보수’ 선택
민주 못해서가 아닌 공화가 스스로 잘해… 2015년 정치향방 궁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마이 웨이’를 선언했다. 공화당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대 500만명의 불법체류자 추방유예 조치를 발표했다. 중간선거 패배가 언제 있었느냐는 듯하다. 내년 초 새 의회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은 단단히 벼르고 있다. “미국인 바람을 저버린 선택을 후회할 것”이라는 경고는 무섭기까지 하다. 워싱턴 정가에 어느 해보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칠 전망이다.

박희준 워싱턴 특파원
오바마 대통령은 틈만 나면 워싱턴의 정치 실종을 비난해 왔다. 의회가 사사건건 행정부 발목만 잡아 경제 회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그래서 대통령 권한인 행정명령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그의 발언들을 듣다 보면 공화당에서 타협할 줄 모르는 ‘보수 꼴통’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이번 발표도 의회가 이민개혁 법안을 처리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근거한 것 같다.

공화당은 정말 그렇게 꽉 막힌 집단인가. 지난 중간선거를 돌이켜 보면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공화당 대승 요인으로 여러 가지가 꼽힌다. 어느 때보다 선거 지형이 공화당에 유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40%대 낮은 지지율, 민주당 원로 의원들의 잇단 은퇴, 재선 대통령이 겪는 ‘집권 6년차 저주’ 등. 그렇다고 공화당이 반사이익으로만 이긴 건 아니다.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한 결과다.

2012년 11월6일 치러진 선거는 공화당에 악몽과 같다. 대선 후보로 내세운 밋 롬니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배해서만이 아니다. 역대 선거결과를 보면 도전자가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을 꺾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공화당으로선 거의 다 잡은 상원 장악을 놓친 게 뼈아팠다. 선거 초반 하원도 장악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공화당은 대통령은 물론이고 상원, 하원 선거를 모두 민주당에 내주고 말았다.

판세를 뒤집은 건 공화당 후보들의 자살골이었다. 토드 아킨(미주리주) 상원의원 후보는 “진짜 성폭행이라면 임신이 될 수 없다”고 말해 거센 역풍을 맞았다. 리처드 머독(인디애나주) 상원의원 후보도 “강간에 따른 임신도 신의 뜻”이라는 말로 여성 유권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모두 보수 강경노선인 티파티 계열이 미는 후보였다. 노선 경쟁 속에서 인물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다.

이번에 공화당은 문제의 ‘꼴통’들을 가려내기 위해 철저히 검증했다. 일부 후보 실수가 공화당 침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뼈저리게 경험한 덕이다. 당내 경선 과정부터 비디오 카메라를 든 인턴과 직원들을 캠페인 현장에 보냈다. 그들은 후보들을 따라다니면서 문제가 될 만한 발언과 행동을 모두 기록했다. 후보들에 대한 교육 시간에는 2012년 실패를 보여주는 동영상을 통해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도록 했다.

공화당원들은 경선과정에서 티파티 계열의 강경파 대신에 합리적 보수주의자를 선택했다. 공화당 지도부의 보이지 않는 물밑 작업이 있었다. 크리스 맥대니얼(미시시피주)은 티파티가 선호하는 후보였다. 하지만 성차별과 부적절한 인종차별 발언 경력이 문제였다. 지도부는 기부자들을 모아놓고 과거 발언을 들려주면서 설득했다. 그가 지난 6월 후보 경선에서 탈락하자 지도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는 거저 주어진 게 아니었다. 과거 선거 패인을 분석하고 철저하게 준비한 결과다. 스스로 문제가 될 만한 후보들을 눌러 앉히고 유권자들이 뽑을 만한 후보를 내세웠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유권자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철저한 반성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당이 못해서가 아니라 공화당 스스로 잘한 것이다. 그래서 공화당은 충분히 승리를 만끽할 만했다.

내년부터 미 정국은 본격적인 대선 경쟁체제로 접어든다. 공화당은 민주당에 내준 권력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이 막무가내식으로 정국 운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16년 대선을 의식해 반대만을 하는 이미지를 불식할 필요가 있다. 지난 중간선거 직후 국민의 얘기를 듣겠다고 밝힌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 어떤 정치를 펼칠지 궁금하다.

박희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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