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파격 패션, 레드카펫 올킬!’
패션 홍보메일 제목들이다. 내용은 보통 이렇다. 연예인 A가 드라마 혹은 공항에서 선보인 옷차림이 네티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알고 보니 어디 제품이더라. 몇 시간 내에 온라인에는 비슷한 제목의 기사가 수십건 쏟아진다. 패션업체는 연예인 A에게 옷이나 구두 등을 협찬한 뒤 이런 후속 보도자료를 내보낸다.
송은아 문화부 기자 |
기업 입장에서는 연예인 협찬이 떨칠 수 없는 유혹이다. 업계에서는 “그만큼 반응이 빨리 오는 홍보수단이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물론 돈을 들인다고 효과가 보장된 건 아니다. 드라마의 경우 제품이 장면에 녹아들고 화면에 매력적으로 길게 잡히면서 시청자에게 호감을 줘야 한다. 기업이나 연예인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완판 신화’가 탄생한다. 해당 제품이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다음 날 매장에 문의가 빗발친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유명해진 ‘천송이 코트’처럼 아예 고유한 이름이 붙기도 한다.
패션 협찬은 시장 원리로 보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삽시간에 퍼진다. 연예뉴스도 우후죽순 쏟아진다. 패션업체에서는 무한대로 많아진 홍보 수단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젊은층은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즉자적으로 파악되는 이미지를 선호한다. 이제는 한류 시장까지 노릴 수 있다. 연예인이 걸어다니는 광고판이 될 수밖에 없는 세태다. 그러나 패션업계가 협찬의 단맛에 길들여져 단발성 매출 증가만 노리고, 독창적 디자인 개발이나 장기적 경쟁력 강화 같은 본업에는 소홀하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국내 패션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외국계 패스트패션(SPA)이나 고가 브랜드로 넘어갔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상품을 이슈화해 팔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연예인이 장기적으로 브랜드에 얼마나 가치를 불어넣어줄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연예인 협찬 시장의 덩치를 키운 연예뉴스 소비행태도 바람직하지 않다. 곳곳에 문제가 많다.
송은아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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