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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진의 밀리터리S] 방산비리 합수단을 보는 軍의 '불편한 속내'

입력 : 2014-11-23 20:49:01 수정 : 2014-11-23 22: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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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심으로 최정예 인력 105명 구성, 軍 “수사협조” 약속했지만 업무마비 걱정
역대 정부마다 방산비리에 칼 뺐지만… 또 전시용 땐 ‘닭 잡는데 소 칼’ 쓴 격
지난 21일 출범한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은 역대 최대 규모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를 중심으로 감사원과 국세청, 관세청, 경찰, 군 검찰부와 기무사령부 등 관계 기관 최정예 수사 인력 105명으로 구성됐다.

1990년대 국방장관과 군 총장이 연루됐던 ‘율곡비리’ 수사를 방불케 한다. 최근 불거진 방산비리 사건은 과거의 권력형 방산비리와 달리 생계형 비리가 대부분이다.

군 검찰과 기무사령부의 방산비리 감시·수사 인력만 제대로 가동됐어도 충분히 사전에 잡아낼 수 있는 수준의 비리들이었다.

사실 신형 구조함인 통영함 관련 방산비리가 합수단 출범의 단초가 된 것은 비리 규모가 커서라기보다는 세월호 참사 초기 통영함이 투입되지 못한 이유가 엉터리 수중음파탐지기(소나) 납품으로 드러나면서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군에선 정부가 방산비리를 손볼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고 예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방위산업 비리는 커다란 적폐”라면서 대대적인 방산비리 수사를 예고했다.

합수단 출범을 바라보는 군의 속내는 편치 않다.

방위산업이 이명박정부 시절 ‘신성장 동력’, 박근혜정부 초기 ‘창조경제 핵심’에서 돌연 ‘도려내야 할 적폐’로 바뀐 데 따른 혼란상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군 관계자는 “군은 합수단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내심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기류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합수단이 본격 가동되면 수사의 타깃이 된 방사청은 아마도 1년 정도는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의 정책 패러다임이 어떻게 이렇게 일순간 바뀔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방산비리를 감시해온 기무사령부는 60여명에 가까운 인력을 방사청에 파견해왔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수집된 정보를 민간 검찰에 넘긴 경우도 더러 있었으나 상당수가 업체와 유착되거나, 공조 부실을 이유로 자체적으로 묵살해서다.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지난달 초 방사청 파견 기무요원들을 전원 물갈이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두 가지 사례는 군의 방산비리 추적시스템이 고장났음을 보여준다.

합수단 창설은 방산비리 감시에 실패한 군이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방산비리 합수단이 방산비리 문제의 정답일 수는 없다. 역대 정부마다 칼을 빼들었던 방산비리 수사들은 여론무마용이나 국면전환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도 방산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제도 개선 없이 전시용 수사로 끝낸다면 박근혜정부가 방산비리 사건으로 까먹은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썼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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