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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담배에 경고그림, 흡연율 낮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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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4 16:26:25 수정 : 2015-02-15 16: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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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민생 정책 우회 편법입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돼

세계 각국의 담뱃갑 경고그림.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붙이겠다는 것은 1000만명의 담배소비자를 상대로 한 매우 폭력적인 정책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폭력적인 정책이 흡연율을 낮췄다는 효과가 검증이 안됐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담배 경고그림 도입 등 예산안과 상관없는 법안을 수정해야 하며, 경고그림 도입 등 예산안과 상관없는 부분은 분리해 수정안을 마련하고 법안 심사를 엄격하게 해야 합니다.” (사단법인 한국담배소비자협회 최비오 정책부장)

담뱃갑 혐오그림 삽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담뱃값에 경고그림을 도입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침해이고, 경고그림과 흡연율의 상관관계가 검증되지 않았으며, 국내 흡연 감소추세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국내 정서에 부합하지 않고 혐오그림의 시각적인 폭력으로 인해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담뱃값 경고그림·흡연율 상관관계 검증 안돼

우선 경고그림은 ▲영업의 자유(헌법제15조) ▲사생활의 자유(헌법제17조) ▲기업의 표현의 자유(헌법제21조) 침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담배회사가 비정상적인 제품을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는 오인을 불러일으켜 기업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또한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원칙인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인데, 실제 2011년 11월 美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도 FDA(미 식품의약국)의 경고그림 도입에 대해 ‘시행금지 가처분판결’을 내린바 있다.

유럽 3개국 흡연감소율 비교. 출처=유로모니터

이와 함께 경고그림과 흡연율 상관관계가 검증되지 않았다. 2006년 이전 경고그림 도입 국가의 흡연율 변화 추이를 보면, 상당수 국가에서 도입 후 되레 흡연율 감소폭이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흡연율 감소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OECD 주요국 평균보다 3배 가량 높다. 이 관계자는 “이는 지속적인 금연구역 확대 및 TV 금연광고 등 웰빙 트렌드 등의 결과일 뿐, 일각에서 주장하는 경고그림 도입 효과로 흡연율이 감소했다는 것은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금연 교육·홍보 정책 지속 추진하는 게 더 효과적

뿐만 아니라 ‘서양적 관점에서 출발한 경고그림은 한국적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양에서는 흡연을 ‘니코틴 중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취급하지만, 동양에선 담배를 일종의 기호식품으로 인식한다. 특히 끔찍한 경고그림은 청소년의 폭력성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 실제로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의 심리적 영향에 관한 연구(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 논문을 보면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이 담뱃갑에 삽입될 경우 국민들의 의식과 판단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그 영향은 담배의 노출빈도(소비량 46억갑x갑당 이용횟수 20회)를 감안할 때 국민 일반에 광범위하게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있다.

브라질 흡연율 추이. 출처=유로모니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문가들은 “흉측한 경고그림을 도입하는 대신, 금연교육·홍보 등 부드러운 ‘넛지 효과’(Nudge effect, 개인 스스로가 바람직한 행동을 선택하도록 유도)를 활용한 금연정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 경고그림 도입, 정책적 효과 달성여부 '미지수'

한편, 올 9월 정부는 담배에 경고그림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담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은 이를 예산부수법안에 포함시켜 국회 처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야가 이달 말까지 합의 처리를 하지 않으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오는 12월 초 자동으로 부의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고그림 도입이 포함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에 은근슬쩍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담뱃갑 경고그림은 도입 효과 측면에서 정책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물론 규제당국은 혐오 경고그림이 효과적인 금연을 유도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실상과 다른 부분이 많다. 실제 브라질은 경고그림 도입 후 흡연율 감소가 미미했다. 싱가포르의 경우도 경고그림 도입 후 오히려 흡연율이 상승해 실질적인 제도 도입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국내에서도 경고그림 도입이 여러 차례 법안으로 발의됐지만 실효성 문제로 합의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예산부수법안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면 상임위의 충분한 논의 및 여야의 합의 없이도 법안이 자동적으로 본회의에 부의되기 때문에 심사에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세입예산안 부수 법안으로 지정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일부 내용이 세입예산안 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국민건강증진부담금 인상)을 포함하고 있다면, 예산안과 상관없는 부분(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을 분리하는 수정안을 마련해 처리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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