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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부자지간 밥도 안 먹는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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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5 22:04:42 수정 : 2014-11-25 22: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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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높아가고 50∼60대 취업은 늘어
고용시장 묘한 경쟁, 정부 취업난 풀려면 현실적 정책 내놔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경제가 많이 걱정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세계 경제의 지지부진이 전이돼 우리 경제가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다. 우리 경제는 오랜 기간 이어진 기업투자 부진, 내수 침체를 좀처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국가 경제수장이 희망적이고 낙관적이지 못한 채 너무 앓는 소리만 한다고 불만인 사람들도 많다. 그럼에도 외면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당국은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세제혜택, 배당독려 등 당근과 채찍을 총동원하고 있다. 노력이 무색하게 기업 금고 속 현금은 속시원히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 위축된 국민도 덩달아 지갑을 닫으면서 물가상승률은 여차하면 0%대로 빠져들 형국이고 언론과 연구소들은 유행인 양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이상혁 경제부장
국내외 경제가 기침을 하자 고용시장에는 찬 기운이 증폭되며 독감이 만연한다. 핵심활동계층인 20∼30대 취업자는 감소 내지는 정체 상태인데 50∼60대 취업자는 늘어나는 현상에 정부는 그나마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며 애써 웃고 소문낼 수도 없다. 고용시장에서 묘하게 경쟁관계가 되며 불편해진 아버지와 아들이 집에서 같이 밥도 안 먹는다는 극단적인 사례는 가슴에 서글픈 찬바람이 일게 한다. 청년실업률은 8.0%로 전체 실업률 3.2%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마저도 국제노동기구(ILO)의 통계 권고에 따르면 20%대로 껑충 높아질 수 있다. 최근에는 통계청이 우리나라의 사실상 실업률이 10.1%이라고 실토했다. 공식 실업률의 3배가 넘는다. 그동안 5∼6%대인 미국이나 독일보다 훨씬 낮다는 통계 장난에 민망해서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다.

사교육에 돈을 물처럼 쏟아부으며 지옥 같은 대입 전쟁을 치른 후에도 스펙 쌓기에 시간과 비용을 또 들인 뒤 돌아오는 거라고는 졸업 후 ‘장기간 백수’ 신세라면 이런 일련의 과정 하나하나가 개인적·사회적·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미래 성장동력 세대의 지독한 취업난과 고학력자들이 저부가가치 서비스 업종이나 임시직으로 하루하루 버티느라 허덕이는 게 우리 경제의 한 특성으로 고착화되는 건 실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일자리 부탁을 하는 전화도 아주 가끔 받는다. 당황하기에 앞서 들어나 주자고 마음먹으면 내용들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독자라는 용기 하나로 생면부지인 사람한테 전화를 걸어 일자리 부탁을 하는 절박함이 구구절절하다. 오죽 답답하면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 아니겠는가. 대학을 졸업하고 수년이 흘렀는데도 취직이 안 돼 근심 가득한 ‘죄인’들은 집집이 하나둘 늘어만 간다. 웬만한 기업 입사 경쟁률은 수백 대 일은 기본, 심지어 법정관리 중인 회사의 인턴사원 모집 경쟁률도 수백 대 일이라고 하니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삼포시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20∼30대), 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에 이어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 등의 신조어가 묘사하는 대한민국 취업난은 총성 없는 전쟁터 그 자체다.

정부는 꼬인 취업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현실에 맞는 정책 개발에 더 시간과 정열을 쏟아부어야 한다. 경기 탓만 하고 손 놓고 바라보기만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부실 낙인을 동원해 대학에 졸업생 취업 알선을 독려하고 기업 최고경영자들로부터 조언을 받는 등 여러 방법을 모색해 왔으나 청년 5명 중 1명은 일하고 싶어도 놀 수밖에 없는 슬픈 대한민국의 현실을 바꿀 만한 획기적인 성과를 낸 묘책은 없는 듯하다.

정부는 기업이 구직자를 채용해 일을 담당시키고 교육훈련을 통해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일학습병행제’를 고려 중이라고 한다. 비정규직에 정규직보다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임금 프리미엄제’도 청년 취업난을 완화해줄 방안으로 논의 중이라고 한다. 탁상공론이라도 좋으니 부디 다양한 방안이 마구 쏟아져 나와 청년들이 “삼성 갈까, 현대 갈까, 은행 갈까, 창업할까”하며 배부른 고민하던 모습을 되찾아 지금의 움츠러든 어깨가 당당하게 펴졌으면 좋겠다.

이상혁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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