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박주선·천정배 등도 잰걸음 호남을 찾는 새정치민주연합 당권 주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텃밭 다지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특히 비노(비노무현) 성향의 호남 출신 주자들은 지난 대선 패배 후 꾸준히 이 지역에 축적된 불신을 지렛대 삼아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각 세우기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왼쪽),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박 위원은 이날 오후 광주 전남대를 방문해 문 위원의 전대 불출마를 압박했다. 남제현 기자 |
정세균 비대위원은 전날 전북을 찾아 정치개혁 관련 특강을 했고 박주선 의원도 지난 4주간 전남 순천과 해남, 광주, 전북 전주 등을 돌며 강연을 통해 ‘호남정치 복원’, ‘대선 패배 책임론’ 등을 주장하며 문 위원을 견제했다.
당권 도전 가능성이 높은 원외 인사들도 호남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7·30 재보선 당시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불발된 천정배 전 의원은 27일 광주에서 호남정치 복원을 내세운 정치연구소 ‘호남의 희망’ 개소식을 갖는다. 개소식에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참석해 특강을 한다. 장 교수는 천 전 의원이 현직일 당시 정책 자문을 맡아 인연이 깊다. 천 전 의원은 최근 호남으로 근거지를 옮겨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정동영 상임고문도 전북에서 순회 특강을 하고 있다.
문 위원도 28일 분권 성장과 균형 발전을 테마로 전남 나주 혁신도시를 방문한 뒤 광주를 찾아 지역 당직자들과 만찬을 하기로 했다. 문 위원 측은 “최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정책행보”라고 설명했지만, 지역 분위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당권주자들이 호남에서 ‘각세우기’를 하는 것은 지역주의 조장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역 당 관계자는 “수권에 실패한 친노에 대한 불신도 있지만, 그 이전에 호남에서 기득권을 놓지 않으면서 지역을 대변하지 못하는 야당에 대한 총체적 실망감이 우선”이라고 전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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