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2학년 교실 '보존' VS '정리' 의견 엇갈려

세계일보

세월호 참사로 250명의 학생(실종자 4명 포함)과 11명의 교사(실종 2명 포함)를 잃은 안산 단원고가 2학년 교실 유지를 놓고 부심하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참사 이후 지금까지 단원고 2학년 10개 교실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교실에는 선·후배와 다른 학교 친구들이 놓고 간 국화와 편지가 책상 위에 놓여 있고, 칠판과 벽면엔 사고당한 친구에게 남긴 메모가 그대로 있다.

하지만 재학생 면학분위기 조성과 내년도 신입생 모집에 따른 교실배치 문제로 2학년 교실을 정리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면 희생자 추모를 위해 보존해달라는 호소의 목소리도 높다.

27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최근 학교 측이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2학년 교실 처리 방안에 관해 재학생과 학부모, 희생자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해 왔다.

1·3학년 학부모들은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교실을 정리해 달라는 의견이 대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경조 단원고 운영위원장은 "내년에 신입생을 받아야 하는데 교실 수가 부족한 문제가 있다"며 "희생·실종학생들의 교실을 무조건 없애자는 게 아니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희생자 유족 및 생존 학생과 학부모들은 '야속하다'며 교실을 보존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교실 이전을 반대하는 일부 학부모는 학교에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장동원 세월호 가족대책위 생존학생분과 부위원장은 "유족 입장은 2학년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보존해 달라는 것이고 생존학생과 학부모도 마찬가지다"며 "교실을 옮긴다는 이야기에 아이들이 울면서 마음 아파한다"고 전했다.

보존과 정리 의견이 갈겨 있어 학교와 교육청도 섣불리 결론짓지 못하고 있다.

도교육청 안산교육회복지원단의 한 관계자는 "희생 학생들의 흔적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칠판과 책걸상 등 교실에 남은 모든 것을 체육관 등 별도의 추모장소로 옮기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라며 "학교가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희생자 학부모 의견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2학년 학생들이 졸업하는 시점까지 교실을 유지하고 명예졸업장을 주는 것이 좋다"는 뜻을 내부 회의 자리 등에서 밝혔다.

2학년 교실을 보존할 경우 신입생 모집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안산 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다음 달 15일부터 진학을 희망하는 학교 5곳을 선택해 지원한다.

일부 중학교 학부모들은 "인근 중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 '2학년 교실이 방치되고 있는데 어떻게 자녀를 보내느냐'며 기피현상마저 나온다"며 "교실을 보존할 경우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같다"고 전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고교평준화 지역 내 신입생 모집 시 미달하는 학교가 종종 있지만 단원고의 경우 내년도 1학년 학급당 학생 수가 올해보다 10명 정도 줄기 때문에 미달까지 가지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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