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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양계농 “하림, 26억짜리 모자 살 땐가”

입력 : 2014-11-27 20:04:45 수정 : 2014-11-27 20: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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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회장, 경매 낙찰 소식에
“사육비 현실화는 안해주고…” 울분
“지금 26억짜리 모자를 살 때는 아니죠.”

최근 닭고기 전문업체 하림에서 나폴레옹 모자를 26억원에 낙찰 받은 것을 두고 전북지역 양계농가들이 속상해하고 있다.

양계농가들은 올해 초 전북지역에서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AI 피해를 본 농가들은 정부의 보상금이 턱없이 부족해 생계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주춤하던 AI가 최근 김제에서 다시 발병하면서 전국으로 확산되는 게 아닌지 양계농가들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국내 양계업은 대부분 계열화 사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계열화 사업이란 하림 등 사업자로부터 외상으로 병아리를 제공받아 키운 후 전량 납품할 때 양계농가들이 사료값과 병아리값 등을 제외한 사육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하지만 사업자들이 수년째 인건비와 부대비용을 제대로 올려주지 않아 양계농가들은 죽을 맛이다. 상당수 사업자들은 닭 사육에 필요한 약품대와 전기료 등을 시세보다 30%가량 낮게 책정해 양계농가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양계업을 접는 농가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양계농가는 겨울에 수익이 뚝 떨어진다. 난방비로 수천만원씩 들어가지만 유류대 지원은 턱없이 적다. AI로 큰 피해를 본 양계농가들은 올겨울 난방비 걱정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전북 한 계열화 양계농가는 “김 회장이 지금 26억원을 들여 모자를 살 때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양계농가들이 수차례 인건비와 부대비용의 현실화를 요구했지만 끄덕도 않고 있다”며 “지금 계열화 농가들의 어려운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하림의 닭을 위탁받아 사육한 후 납품하는 계열화 농가는 호남권을 중심으로 500여가구에 이른다.

하림은 김홍국 회장은 사비로 나폴레옹 모자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하림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회장은 평소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1세의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 정신을 높이 사왔으며 기업가정신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의미에서 마침 경매로 나온 모자를 구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림은 경매로 낙찰받은 나폴레옹 모자를 내년 하반기 완공되는 서울 그룹 본사 건물에 전시할 방침이다. 김 회장이 낙찰받은 나폴레옹 모자는 프랑스에서 반출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르면 연말쯤 국내로 들여온다.

전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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