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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부자들 대부분 금고에 5만원권 쌓아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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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7 17:30:05 수정 : 2015-02-15 16: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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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계좌가 금지를 앞두고 자금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는 가운데, 차명계좌에서 빠져 나와 은닉되는 자금이 수십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실상 차명계좌가 허용돼 왔다. 특히 합의에 의한 차명계좌는 사실상 허용됐고, 적발됐을 경우 세금과 관련해 가산금만 물면 끝이었다. 그렇다 보니 비자금이나 자금세탁 등에 차명계좌가 악용돼 온 게 사실이다. 1993년 금융실명제가 실시됐지만 커다란 구멍이 있었던 것.

시중은행 한 PB는 “그 당시에는 이 정도의 실명제만 해도 상당한 충격이었고, 이젠 우리 사회가 완전한 실명제를 실시해도 될 만큼 성숙해졌다”며 “그런데 문제는 차명계좌 금지를 앞두고 뭉칫돈이 숨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이는 차명계좌를 가질 만큼 돈이 많은 일부 부자들 얘기”라며 “이들은 그 많은 돈을 쌓아 놓고 한 푼이라도 세금을 안내고 한 푼이라도 더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 차명계좌 정리, 가족 간 분산계좌 줄여

이처럼 금융거래에서 중대한 변화가 생기면 자산가들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우선 돈을 인출해 현금으로 숨겨두거나, 골드바·실버바 등에 투자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실명제 개정안이 이번 주말부터 전면 시행된다.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5월 이후 주요 은행에선 고액의 예금이 줄줄이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관련업계에 따르면 A은행은 10억원 이상을 예치한 고액 예금자의 예금 총액이 올 4월 말 7조6000억원에서 10월 말 7조원으로 6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B은행은 4000억원 가량 줄었고, C은행도 1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특히 10월부터 고액 예금인출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처럼 고액 예금이 감소하는 건 금융실명제 강화 때문”이라며 “차명 계좌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형사 처벌까지 하는 처벌강화 조치로 자산가들은 차명계좌를 정리하고 가족 간 분산 계좌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 90조원 가량의 돈이 갑자기 숨었다?

이와 함께 증여세 감면 한도인 5000만원을 넘는 자녀 명의의 예금을 처리하는 것도 큰 관심사이다. 금고 속으로 들어가는 뭉칫돈은 기본이고, 명품을 사서 재워놓은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 3대 생명보험사의 비과세 저축성보험은 올 8월 2651억원에서 10월 3526억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자들 사이에선 '세테크(稅tech)'가 재테크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분위기이다.

물론 이처럼 차명계좌가 금지된다고 무려 90조원 가까운 돈이 숨는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차명계좌를 가질 만큼 돈 있는 사람들이 법 시행을 앞두고 허겁지겁 현찰로 바꿔 장롱 안에 넣을 둘 만큼 준비성 없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 실명제 강화 취지, 지하경제 양성화…실현 가능성 '의문'

2000억원대 자산가인 A씨는 "솔직히 말해 부자들 중 금고에 5만원권이나 수표·골드바 등을 쌓아놓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요즘에는 실명제 강화를 앞두고 비과세 보험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세무사는 "최근 고객들의 문의가 많은데 불안하면 아예 인출해서 현금이나 금 등 실물로 보유하라고 권한다"며 "실명제 강화 취지는 지하경제 양성화지만, 과연 사람들이 그 취지대로 따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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