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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동시장 개혁, 어렵고 싫어도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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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7 21:06:36 수정 : 2014-12-27 15: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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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듣기 불편한 발언을 했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심각하다”면서 “노동시장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 것이다. 노동계 충격은 크다. 적대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일반 정규직 직장인의 마음도 편치 않다. 하지만 노동시장 개혁은 어렵고 싫어도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다. 세계적 추세로 봐도 그렇고, 턱없이 부족한 양질의 일자리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다급한 작금의 사회 현실로 봐도 그렇다.

재능 넘치고 꿈 많은 우리 젊은이들은 사회에 나서자마자 높은 취업 관문에 가로막혀 좌절하기 일쑤다. 왜 그런가. 질 좋은 일자리가 태부족이어서다. 통계청의 고용보조지표에 따르면 국제노동기구 기준의 실업률은 공식 실업률의 3배 수준인 10.1%에 달한다. 기획재정부는 실업률로 보지 말라고 주문하지만 사회 일반의 체감 실업률은 외려 더 높은 게 사실이다. 이 와중에 비정규직 자리만 급증하고 있다. 올해 비정규직은 607만명으로 600만명선을 넘었다. 더 우려스러운 자료도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올해 3월 823만명에서 5개월 만에 852만명으로 늘었다. 임금 근로자의 근 절반인 45.4%가 급여 수준이 낮고 직업 안정성도 없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진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일자리 만드는 주체인 기업은 국내 정규직 채용만 줄이는 게 아니다. 앞다퉈 해외 진출을 결심하고 결행한다. 그나마 형편이 나은 대기업도 그렇게 살길을 찾는 추세가 역력하니 예삿일이 아니다. 현 세대는 물론이고 미래 세대의 일자리까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만을 문제시할 계제는 아니지만 고용 경직성을 비롯한 시장 여건이 일자리 증발과 비정규직 폭증을 부추기는 것만은 부인할 방도가 없다. “기업들이 겁나서 인력을 못 뽑는다”는 최 부총리의 말이 불편해도 깊이 새겨들어야 하는 이유다. 답도 찾아야 한다. 진지한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독일도 비슷한 고통을 겪었지만 2003년 ‘하르츠 개혁’을 통해 ‘유럽의 병자’ 신세를 벗어났다. 노동시장 유연화 합의가 주효했다. 그 후 8년 동안 고용률은 60%대 중반에서 70% 이상으로 치솟았다. 네덜란드와 아일랜드 또한 사회적 진통과 협의를 통해 노·사·정이 함께하는 협약을 만들어냈고 경제·고용 재건을 이뤄냈다. 우리라고 그렇게 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이미 구성돼 있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나 국회에서 국가 명운을 걸고 이 의제를 다뤄 성과를 내야 한다.

내 밥그릇만 지키겠다는 편협한 자세는 금물이다. 시장경제 원리와 공존을 중시하는 대승적 자세로 임해야 한다. 지금 어찌해야 우리 아들딸들이 일자리를 못 찾아 방황하는 불상사가 없도록 할 수 있을지부터 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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