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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비선실세그룹 ‘십상시’… 국정 정보 교류·고위직 인사 간여

관련이슈 [특종!] 정윤회 국정 농단 의혹

입력 : 2014-11-28 06:00:00 수정 : 2016-10-30 16: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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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감찰보고서 무슨 내용 담겼나 청와대가 정윤회(59)씨와 청와대 비서관 등에 대해 자체 감찰을 벌인 것은 세간의 ‘비선 실세’ ‘문고리 권력’ 의혹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감찰 보고서에 기록된 대로라면 정씨는 자신의 비선라인을 통해 청와대·정부 동향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리는 등 사실상 ‘숨은 실세’ 역할을 했다. 청와대와 정씨 측은 그동안 “비선 라인은 없다”고 해명했으나, 청와대 밖에서 정씨와 10인의 정기 회동은 그간의 ‘비선 실세’ 논란이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었음을 방증한다. 정씨 등을 감찰한 적이 없다는 청와대의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민간인인 정씨가 청와대 내부 인사와 정보를 교류하고 고위직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이 확인됨에 따라 이들의 실체와 국정 개입, 실정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해 엄정한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감찰 중단 이후 정씨와 ‘내통’한 청와대 비서관 등에 대해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도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올해 1월6일 작성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란 제목의 감찰 보고서 중 일부를 촬영한 모습. 보고서에는 현 정부 ‘비선 실세’로 불리는 정윤회(59)씨가 안봉근(48) 제2부속비서관 등 청와대 비서관들로부터 청와대 내부 동향 등을 보고받고 정부 인사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등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공직자 인사에 ‘찌라시’ 동원


청와대 감찰 보고서에 따르면 정씨와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을 비롯한 10인은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2차례씩 정기적으로 만났다. 모임 장소와 시간에 대한 연락과 준비는 이 모임의 막내인 K 청와대 행정관이 맡았다. 날짜가 정해지면 강원도 홍천 인근에 머물던 정씨는 모임 날짜에 맞춰 상경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들 모임은 대개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과 K 행정관이 청와대 내부 사정과 현 정부 인사 동향을 보고하는 식으로 시작됐다. 정씨는 정부 고위관료 인사와 청와대 내부 인력 조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으며, 안 비서관 등을 통해 상당히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감찰 보고서는 기록하고 있다.

청와대 감찰을 불러온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이 나온 과정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씨와 비선 세력들은 자신들 의도가 탄로나지 않기 위해 속칭 ‘찌라시’로 불리는 정보지를 이용했다. 서울 여의도 정치권발로 분위기를 일단 조성해 놓은 뒤 적당한 시점에 교체를 시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씨는 당시 “(김 실장은 친박 7인회 멤버 중 한 명인) 최병렬이 VIP(박근혜 대통령 지칭)께 추천해 비서실장이 됐다. (하지만) 7인회 원로인 김용환도 최근 김기춘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7인회’는 오랜 기간 박 대통령 주변에서 자문역할을 해온 원로그룹이다. 김기춘 실장, 강창희 전 국회의장, 김용갑 전 국회의원,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7인회 구성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8월 비서실장에 취임한 김 실장은 실제 올해 초부터 사퇴설과 교체론에 시달렸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올해 초에도 (박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이 있은 다음에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고 (후임) 인사 이름까지도 거론됐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사퇴설이 흘러나왔지만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김 실장까지 교체할 경우 국정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더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인사에도 개입했나


보고서는 정씨가 지난해 말 송년 모임에서 “(김 실장은) ‘검찰 다잡기’가 끝나면 그만두게 할 예정이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검찰 다잡기’라는 표현은 지난해 연말 검찰 상황에 비춰봤을 때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당시는 김진태 검찰총장이 12월 취임한 뒤 올해 1월까지 인사를 단행하며 ‘강성 검사’로 분류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 계열 검사들을 한꺼번에 지방으로 좌천인사하던 때다. 정씨가 말했던 검찰 다잡기라는 표현이 ‘검찰 내 자기 사람 심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면 시점상 ‘물갈이’ 인사 때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올해 초 인사에서 그간 별로 두각을 보이지 못한 검사들을 주요 보직에 앉히자 조직 안팎에선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는 말들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청와대 감찰이 보고서를 작성한 A경정의 갑작스러운 원대 복귀로 중단되면서 정씨 등이 실제 김 실장 교체설 확산이나 ‘검찰 다잡기’ 등을 위해 추후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관련 의혹에 대한 추가적인 진상 규명이 요구되는 이유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씨와 청와대 내부 비서관이 실제 국정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들을 보호하는 윗선은 없는지 등에 대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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