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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상생정치’… 실리·명분 챙겼다

입력 : 2014-11-28 19:43:14 수정 : 2014-11-28 23: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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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예산안 쟁점 타결 안팎 지난 1년 동안 싸움질만 벌여 온 정치권이 모처럼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정치를 구현했다.

여야는 28일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배정 문제 등 새해 예산안 관련 핵심 쟁점에 대해 ‘주고받기식’ 절충으로 ‘빅딜’에 성공했다.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12월2일) 준수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예산 심의의 마지막 날(30일)이 이틀밖에 남지 않아 올해에도 부실·졸속 심사가 우려된다.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사업)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은 정기국회 이후로 미뤄져 정국의 뇌관으로 남게 됐다. 

◆막판 줄다리기로 긴박했던 하루


여야는 막판 협상에서 실리와 명분을 따져가며 줄다리기를 벌였다. 오전 한때 조기 타결의 낙관적 분위기가 전파됐지만 오후 들어 법인세와 담뱃세를 놓고 대립하면서 산통을 겪었다. 양측은 결국 담뱃값 2000원 인상과 법인세 비과세·감면 항목 축소를 맞바꾸며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새정치연합은 당내 추인 과정에서 의원들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오후 4시30분 합의문이 나올 것이라는 공지가 전해졌지만 공식 발표는 미뤄졌다. 담뱃세 인상폭 재조정을 야당이 강하게 요구하면서 협상이 공전 위기에 처한 탓이다. 새정치연합은 여당 시절이던 2005년 담뱃값을 1000원 올리려다가 야당이던 새누리당의 반발로 500원밖에 올리지 못한 사실을 거론하며 압박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당시 뭘 모르고 막았던 것”이라고 사과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뱃값 인상안은 가까스로 해결됐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또 튀어나왔다. 야당이 새롭게 회원제 골프장 입장객 부가금 징수제 폐지를 반대하고 나섰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부지런히 상대 측 사무실을 오가며 최종 타결에 전력을 기울였다. 여야 원내대표는 최종 협상장에서 1시간가량을 지체한 후 오후 5시30분 합의문을 발표해 마침표를 찍었다. 이 원내대표는 “정치 20년 만에 가슴 뭉클한 날”이라고, 새정치연합 우유근 원내대표는 “파행을 막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예산안심사소위 소속 여야 의원이 28일 오후 소회의실에서 누리과정 예산편성 문제로 중단됐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재개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여야 빅딜로 협상 타결한 배경


새정치연합의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으로 파행을 겪던 국회가 쟁점을 타결하며 사흘 만에 정상화한 것은 양측의 어쩔 수 없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야당은 상임위 보이콧이라는 초강경 자세에도 더 이상 여당을 압박할 카드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던 상황이다. 예산안이 12월2일 여당 단독처리된다면 무능한 야당에 대한 비난을 홀로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보이콧 선언 하루 만인 전날 야당이 예산안 심사를 재개한 것도 이 같은 난처한 속내를 잘 드러내고 있다.

여당도 단독처리가 부담이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예산안은 자동상정이 가능해도 법안 처리는 야당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경제활성화 법안,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 현안이 산적한 터에 단독 처리를 강행하면 뒷감당이 어렵다. 여야가 모든 현안에 대한 담판을 벌이는 ‘빅딜’이 어느 정도 예상됐는데 결국 현실화된 것이다. 여당은 특히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해역 파견동의안 등 본회의에 계류 중인 각종 의안을 예산안과 함께 처리하게 돼 앓던 이를 한꺼번에 뺀 셈이 됐다.

이번 협상에서 국회 선진화법의 예산안 자동부의제가 야당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에선 “선진화법이 효자”라는 말이 나왔다.

이우승·박영준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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