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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꽃 그림에도 ‘시대의 통증’ 담아내다

입력 : 2014-12-02 20:13:37 수정 : 2014-12-02 20: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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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 그림으로 전시회 여는 안창홍 작가 인물과 꽃 풍경으로 사회적 발언과 소통을 꾸준히 해 오고 있는 안창홍(61) 작가가 이번엔 맨드라미그림을 가지고 대중 앞에 나타났다. 양평 작업실 마당에 핀 꽃들 중에서 선택한 것이다.

“3년 전 6t 트럭 두대분의 흙을 실어와 꽃밭을 조성했다. 인터넷에서 여러 꽃씨를 구해 심었다. 그동안 생태를 관찰해 오다가 우선 맨드라미를 선택하게 됐다.”

그에게 맨드라미는 꽃이 아닌 꽃이다. 맨드라미를 볼 때마다 정육점에서 살점을 잘라다 들에 던져놓은 느낌을 받았다.

“나의 맨드라미는 예쁘고 아름답다기보다 꺾어진 맨드라미, 상한 맨드라미가 많다. 그리고 색깔도 살인적 핑크색이다. 그래서 그리고 나면 원색적으로 피어나 내게 항변하는 꽃이 ‘나의 꽃’이다. 꽃의 향기가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그 향기를 발산하기 위하여 꽃이 진력한 에너지는 목숨까지 건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맨드라미를 활용한 ‘심상풍경’을 그린다. 이미 예쁜 꽃을 무슨 재주로 더 예쁘게 그리겠는가?”

그는 세상의 음지에 대한 더듬이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 고층빌딩 뒤엔 언제나 응달이 있게 마련이다. 심지어 아무리 태평성대라 하더라도 그것을 받쳐주는 그늘이 존재함을 환기시키려 한다.

“시대의 통증도 마땅히 담아내야 한다. 절망이 아닌 희망의 노래가 발아되는 지점이다. 한창 작업 중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해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검은 비 맨드라미 풍경은 그렇게 탄생됐다.”

싱싱한 맨드라미가 짓밟혀 쓰러진 모습의 그림도 보인다. 고야의 ‘1908년 5월3일’을 연상해서 그린 작품이다.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침공해 양민학살을 벌인 날이다. 이 같은 일은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꽃 그림만큼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안창홍 작가. 본능에 가까운 작업으로 붓을 잡는 순간 캔버스에 축제가 벌어진다는 그는 “여지껏 한번도 시장을 겨냥해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오래전에 그는 한 개인의 가족사를 통해 아픈 시대사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가족사진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친구들의 가족, 그리고 연출한 사진으로까지 확장됐다. 골동상에 가서 사진을 구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경매에서 사진을 구입하여 활용하기도 했다.

“사진은 이제 가장 본격적인 현대미술의 장르이지만 30년 전은 그렇지 않았다. 말하자면 소재로 보았을 때 사진에 집착한 내 자신은 선구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았다. 틀에서 자유로웠기에 늘 시대를 앞서가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그가 사람들로부터 종종 이단아라는 소리를 들었던 이유다.

“미술사를 보면 개인의 힘이 미술사의 획을 그어 왔다. 집단이나 단체가 그런 업적을 남기는 경우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이단아라는 말은 영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돌직구로 표현되는 인물보다 자연을 통해 무언가를 이야기 하는 것은 어렵다. 추상적이고 상징적이기에 그렇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꽃그림을 야사시한 무대 위의 세트같이 구성했다. 조작(연출)된 풍경이라 초현실적이다. 일반 컬렉터들조차도 그의 꽃그림을 좋아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작품성과 시장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있는 것이다. 28일까지 더페이지갤러리. (02)3447-0049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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