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백수해안도로 ‘세밑 드라이브’ 전남 영광군에서 굴비 다음으로 유명한 것은 백수해안도로일 것이다. 백수읍의 바닷가를 따라 이어지는 16.8㎞의 해안도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를 꼽을 때 항상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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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의 백수해안도로는 우리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중 하나로 꼽힌다. 전망대인 칠산정에 오르면 가파른 산비탈과 바위 사이로 놓인 길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푸른 바다와 함께 멋진 풍경을 빚어낸다. |
백수읍에서 따 온 백수라는 이름은 ‘흰 백(白)’에 ‘봉우리 수(岫)’를 쓴다. 이곳 구수산(351m)의 봉우리가 일백(百)에서 하나(一)를 뺀 아흔아홉개라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영광에서 또 자주 등장하는 지명이 칠산인데, 이는 영광 앞바다에 떠 있는 일곱개의 섬을 말한다. 일산도부터 칠산도까지 크고 작은 섬이 이어져 있는데, 그 일대를 칠산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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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해안도로 노을 전시관 앞의 낙조. |
칠산 바다에 바짝 붙어 뻗어 있는 백수해안도로는 서해안에서는 보기 드물게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바위와 가파른 절벽으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긴다. 서해안에서 단애로 이뤄진 풍경은 변산반도를 제외하면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 또 백수해안도로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낙조 명소다. 그래서 이 해안도로는 사나운 북풍이 몰아치는 겨울, 특히 한 해를 되돌아보고 싶은 세밑에 찾으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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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포의 백제불교최초도래지 |
영광의 북쪽 가마미해변에서 시작된 도로는 백제불교최초도래지와 대덕산을 지나 모래미해변에 접어들면 진면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금빛 갯벌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파도가 넘실대는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그 위로 크고 작은 7개의 섬이 이어진다.
칠산정은 백수해안도로 최고의 전망대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굴곡진 길과 그 뒤의 푸른 바다가 그림 같은 풍경을 빚어낸다. 칠산정 아래로는 목책산책로인 ‘건강365계단’이 설치돼 있다. 이 산책로가 설치되며 백수해안도로는 도보길로도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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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해안도로의 ‘건강 365계단’. |
백수해안도로는 40여리 전체에서 멋진 낙조를 감상할 수 있지만, 굳이 명소를 특정하자면 노을 전시관과 노을정이다. 노을 전시관 앞 작은 등대와 바위 사이로 펼쳐지는 해넘이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다. 백암정에서 이름을 바꾼 노을정에서는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들과 석양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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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사리 분등 풍력발전기와 그 앞바다의 꽃무늬 물결. |
해넘이 직후의 칠산바다는 그윽하고 오묘한 빛을 낸다. 또 해안도로 끝인 하사리 분등 풍력발전단지 앞바다는 잔잔한 파도가 얇은 꽃잎 문양을 만들어낸다. 이 빼어난 풍경에 마음을 뺏겨 한참동안 이 도로를 떠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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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갑사 입구의 금강문과 천왕문. |
영광 여행에서 불갑사도 빼놓을 수 없다. 법성포에 도착한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백제에 불교를 전파하며 처음 세운 도량이 불갑사라고 전해진다. 불갑사는 가을철 절집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상사화로 유명하지만, 겨울철에는 싱그러운 녹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상사화는 10월 꽃이 진 후에 잎이 파릇파릇 돋기 시작하는데, 한겨울에 절정의 색감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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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연안 김씨 종가의 2층 누각 대문채. |
영광에서는 이색적인 집 구경에 나서도 좋겠다. 군남면 동간리의 연안김씨 종가는 조선 때 지어진 고택으로, ‘삼효문(三孝門)’이라는 현판을 단 바깥 대문채가 독특한 형태의 2층 누각으로 되어 있다. 삼효문은 연안김씨 6대손, 11대손, 12대손의 효성이 지극해 왕실에서 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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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포의 기꾸야 여관. |
법성포에는 전형적인 일본식 건물인 ‘기쿠야(菊家)여관’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일본 전통 여관인데,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영광=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지역번호:061)=서울에서 출발하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영광나들목에서 빠져 나오면 된다. 대덕산 은선암 입구에서 산길을 돌면 등산로 표지판이 서 있다. 영광에는 굴비 정식을 내놓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법성포에서는 ‘일번지’(356-2268)의 한정식이 유명하다. 4인 기준 한 상에 6만, 8만, 10만원짜리가 있는데 20∼30가지의 반찬이 딸려 나온다. 읍내에서는 ‘국일관’(351-2020)이 널리 알려져 있다. 굴비정식은 1만5000원, 2만원, 3만원짜리가 있다. 일행이 4명이 안 되면 국일관을 찾는 게 낫다. 읍내 ‘해촌’(353-8897)은 반찬으로 마른 굴비를 내놓으며, 해물탕도 잘 한다. 숙소는 읍내에서 모텔을 이용하는 게 최선이다. ‘카리브 모텔’(353-1400)과 ‘시카고 모텔’(351-7300)이 깨끗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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