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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밥 종류만 1천여개 '식도락 천국' -리포터의 터키 견문록-④

입력 : 2014-12-04 21:36:00 수정 : 2014-12-08 09: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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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 좋아하는 한국인, 양창자로 만든 ‘코코레치’와 맥주 즐겨마셔
저녁 때가 되자 불야성처럼 환해진 ‘코코레치’집들이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터키 유학 중에 친구나 지인들로부터 “자주 케밥을 먹느냐”는 말을 듣는다. 돌아가는 바비큐 덩어리에서 세로로 썰어낸 고기 조각을 납작한 도우(밀가루 반죽)에 얹은 다음 야채와 소스를 곁들여 둘둘 감아서 먹는 케밥을 우리는 흔히 터키 음식으로 생각한다.

케밥은 터키어로 ‘불에 구운 고기’라는 뜻이며 그 종류가 1000여 가지에 달한다. 앞서 얘기한 케밥은 그중에서도 뒤륌 되네르 케밥에 해당한다.

터키는 프랑스·중국과 함께 세계 3대 미식(美食) 국가로 꼽힌다. 그만큼 종류도 다양하고 맛으로 뒤지지 않는 음식들이 전국 각지에 널려있다. 케밥은 물론이고 고기완자 격의 쾨프테, 터키 피자로 불리는 라흐마준과 피데, 대형 감자 안에 샐러드를 넣어 먹는 쿰피르, 미니 만두 만트 등 나열하자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란다. 이번에는 식도락 천국인 터키에서 맛본 여러 음식 중 독특한 몇 가지를 소개한다.

터키에 처음 와서 가장 반한 음식은 ‘코코레치’다. 발음이 영어로 바퀴벌레와 비슷해 외국인들은 아연실색하는 음식이다. 오히려 나는 ‘코코’ 때문에 코코아랑 관련된 맛깔 나는 디저트인 줄 알았다. 아무튼, 이 헷갈리는 이름의 음식 실상은 양 창자 요리다. 바퀴벌레가 아니라고 해명해도 여전히 안 먹겠다는 사람이 많다. 터키 사람들도 호불호가 심하게 갈려 있어 내가 다니는 대학의 터키어 교수님은 코코레치 쪽으로 아예 쳐다도 안 보신다.

하지만 평소에 곱창을 즐겨 먹는 한국인이라면 이곳 코코레치와 맥주는 환상의 궁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곱창집처럼 주로 저녁에 문을 여는 코코레치집은 동틀 녘까지 손님을 받으며 술자리를 책임진다.

각종 먹을거리가 풍부한 터키에 이상하게도 생선 요리는 드물다. 중앙아시아에서 유목민으로 살았을 때의 전통이 아직도 남아있어 그렇다는데 아무리 그래도 너무한 듯싶다.

북쪽으로는 흑해, 서북쪽으로는 마르마라해, 서쪽으로 에게해, 남쪽으로 지중해를 끼고도 완전히 바다와 접한 지역이 아니면 생선과 해산물을 잘 먹지 않는단다. 그 와중에 터키의 생선 요리로 명성이 높은 먹을거리가 있는데 음식 이름은 ‘발륵에크멕’이며 직역하면 생선빵이다.

한국인 여행객들한테는 ‘고등어케밥’으로 불린다. 빵에 생선이 가당치 않지만 한 입 베어 물면 빵, 생선, 야채, 레몬즙으로 이뤄지는 환상의 맛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이스탄불의 갈라타 다리 근처에 가면 파도로 울렁거리는 조각배 위에서 발륵에크멕 요리사들이 균형을 잡으며 생선을 굽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그들의 노련함에 감탄하며 작은 간이 의자에 앉아 발륵에크멕을 먹으면 든든한 바다의 기운이 온몸에 차오른다.

터키 음식을 얘기하면서 디저트를 빼면 서운하다. ‘터키시 딜라이트’로 불리는 로쿰부터 시작해서 바클라바, 무할레비, 카잔디비, 헬바, 퀴네페 등 살인적인 단맛을 지닌 터키 디저트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유혹한다.

터키 사람들은 이런 전통 디저트를 우리가 자장면 시키듯 배달을 시켜 먹는다. 이 중 타북 괴으쉬라는 디저트가 있다. 직역하면 ‘닭가슴’이 되는데 실제로 디저트에 닭가슴살이 들어간다. 세레나이라는 터키 친구의 집에 초대받아 처음 타북 괴으쉬를 먹어 본 적 있다.

터키 특유의 환대에 몸 둘 바를 모르고 있다가 내 앞에 놓인 디저트에 닭가슴살이 들어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고 말았다. 타북 괴으쉬는 우유, 쌀가루, 설탕을 넣고 굳힌 달콤한 푸딩인 무할레비에 닭가슴살을 갈아 넣은 것이다.

닭 비린내가 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우유와 닭가슴살이 고소하게 잘 어울리고 거기에 달콤한 맛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터키가 아니라면 그 어디서 디저트에 닭고기를 넣을 생각을 하겠는가. 터키 요리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앙카라=김슬기라 리포터 giraspir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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