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취임 후 5년이 흐른 지금 두다멜(33)과 LA필의 결합은 성공으로 평가 받는다. 두다멜의 성공기와 인기는 LA필에 막대한 홍보 효과를 안겼다. 악단의 대중화에도 기여했다. 두다멜의 위상도 높아졌다. LA필은 일찌감치 두다멜과 계약을 2019년까지 연장하며 이 젊은 지휘자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다. 지난 세월 두다멜이 LA필과 조탁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기획사 크레디아는 내년 3월25,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두다멜과 LA필의 내한공연을 연다. 이번 공연은 아시아 투어의 일환이다. 이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첫 내한이다. 공연을 앞두고 미국에 있는 두다멜과 서면으로 먼저 만났다.
그는 5년간 함께한 LA필에 대해 “큰 목표를 함께 만들어가는 가족 같은 존재”라고 애정을 표했다. 두다멜은 베를린 필하모닉, 로열 콘체르트허바우 등 세계적 악단의 러브콜을 받는 스타다. 지휘자 바렌보임, 얀손스, 래틀이 총출동한 올해 루체른 페스티벌에서는 마지막 3일을 그와 빈 필하모닉이 장식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최고의 악단과 연주하는 것도 특권이지만, 장기적 목표를 함께할 수 있는 가족 같은 오케스트라가 있는 것은 더 큰 특권”이라며 “우리 악단과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모차르트 다 폰테 오페라, 슈베르트 연주를 함께 해오고 있고, 베토벤 교향곡 전곡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봄 LA필하모닉과 내한하는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은 “LA필은 큰 목표를 함께 만들어가는 가족 같은 존재”라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
“예전에는 내 생각 중 많은 부분을 설명해야 했어요. 지금은 굳이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연주자들이 모든 것을 이해해요. 이것이 바로 좋은 관계죠.”
이번 공연에서는 첫날 말러 교향곡 제6번 ‘비극적’, 이튿날 LA필 상주음악가 존 애덤스의 ‘시티 누아르’, 드보르자크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한다. 두다멜은 선곡에 대해 “‘시티 누아르’는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에서 초연한 특별한 곡”이라며 “‘시티 누아르’와 드보르자크 교향곡은 신세계 곧 미국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말러 6번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큰 페스티벌 같고, 복잡 다양한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말러 6번은 어둡고 비극적이지만 매우 멋진 곡이에요. 사람들마다 비극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을 취하기 때문이죠. 이 곡을 연주해보니 흥미롭게도 사람들이 음악에 압도될 때 행복해 하더군요. 이 음악이 가진 모순적인 성격 같아요.”
그는 한국과 작은 인연을 갖고 있다. 곽승 전 서울시향 지휘자가 엘 시스테마에서 오랫동안 활동했기 때문이다. 두다멜은 곽승 지휘자가 연 마스터 클래스에서 직접 배웠다. 그는 “곽승 선생님이 엘 시스테마에 온 이래 나는 항상 한국이 친근하게 느껴졌다”며 “우리가 내년에 엘 시스테마 40주년을 기념할 때 그에게도 존경을 뜻을 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장난기 머금은 표정으로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모습은 그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지휘봉을 잡았을 때 그의 심정이 궁금했다.
“무대 위에서 매 순간을 즐겨요. 재미있어요.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지지 않는 편이에요. 아드레날린이 나오죠. 저기 떨어진 역까지 막 달려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요. 오케스트라와 함께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으면 축복을 받는 듯한 느낌도 들어요. 대단히 독특하고 아름다운 경험이랍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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