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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진실게임 벌일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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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08 20:26:38 수정 : 2014-12-08 20: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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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급한 것은 국정농단 의혹 규명
잘못 있으면 덮지 말고 과감히 고쳐야
언론사라고 모두 아는 것은 아니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알려 한다고 해도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를 쓰고 알려고 해도 알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조금만 확인해보면 금방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능력자는 더더욱 아니다. 언론사가 마음먹은 대로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다면 세상에 비밀이 남아 있을 턱이 없다. 박근혜정부 출범 전부터 통일부 장관으로 거명되던 최대석 인수위원이 왜 갑자기 사퇴했는지, 천해성 전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산하 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된 지 왜 일주일 만에 돌연 철회됐는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3개월 만에 물러난 이유,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급작스럽게 면직된 이유는 ‘전설 따라 삼천리’로 떠돌다 뒤늦게 밝혀졌다. 세계일보의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 내용 보도에 박근혜 대통령은 “조금만 확인해보면 금방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 같이 보도를 하면서 의혹이 있는 것 같이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언론사의 능력과 뜻을 오해한 데서 빚어진 전형적인 오류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이 정부는 인사에 관한 한 전병이다. 납득이 안 되는 인사가 밥먹듯 되풀이된다. 과거야 그렇다치고 세월호 비극의 아픔을 딛고 국가 혁신의 기치를 내걸어 출범한 국민안전처 장관에까지 허물투성이 인사를 앉힌 대목에선 헛웃음마저 나온다. 위장전입,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과태료 상습 체납, 연평도 포격 이틀 뒤 골프 등 인사청문회 단골메뉴가 빠지지 않았다. 국민안전처는 각 부처에 분산된 안전관련 조직을 통합하고, 지휘체계를 일원화해서 육상과 해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유형의 재난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다. 정부 혁신의 아이콘 격인 국민안전을 총괄하는 신생 조직의 수장마저 지금까지 그래왔듯 인사검증을 하는 둥 마는 둥 시늉만 냈다는 뜻이다. 국가 혁신 의지를 의심케 한다.

인사 실패가 유독 많은 이유가 늘 궁금했다. ‘만만회’ 같은 ‘비선라인의 인사개입’에 혐의를 두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으나 설에 그치기 일쑤였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공식 인사라인 외의 분들이 인사에 개입하지도 않고 개입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봇물처럼 터지는 무협지 수준의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시리즈를 지켜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청와대 장막 안에 감춰져 있던 내밀한 진실의 실체가 하나 둘 세상에 드러나면서 시중에선 상상의 나래가 한껏 펼쳐지고 있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문건 내용의 60% 이상은 사실이고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경찰 인사에 관여했다는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주장, 문체부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 교체에 정윤회씨가 관련돼 있다는 유 전 장관의 증언은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청와대 반응은 예상을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 ‘찌라시 수준의 터무니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전직’들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주장엔 귀를 닫고 ‘나라를 흔들고 국정의 발목을 잡는 소모적인 의혹 제기’라고만 외치고 있다. “본인이 아니라고 말했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라고 동생 박지만씨의 삼화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을 단칼에 잘랐던 자기확신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제스처다. 유 전 장관 발언의 진위를 추궁받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문체부 국장이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 한다는 메모를 들이밀었다가 치도곤을 맞았다. 청와대는 검찰에 “진실공방으로 몰고 가야 한다”는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 같다. 그 서슬에 검찰 수사가 흔들리고 있다.

막장 드라마 뺨치는 국정난맥상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자신이 임명한 장관·참모와 진실게임 벌이듯 하는 것은 누워 침뱉기다. 실체적 진상 규명이 우선이다. 허물이 있으면 드러내 고쳐야 한다. 덮어두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손가락 말고 달을 봐야 한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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