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반도 리포트] ‘장성택 처형’ 1년… 北 어떻게 달라졌나

관련이슈 한반도 리포트

입력 : 2014-12-09 19:48:50 수정 : 2014-12-09 20:26: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黨·政·軍 간부 55% 물갈이… ‘백두혈통·빨치산 그룹’ 부상
오는 12일로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전격 처형된 지 1년이 된다. 장성택은 김정은체제 출범 과정에서 가장 큰 정치적 지분을 가지고 사실상 2인자로 등극했으나 말로는 숙청이었다. 장성택 처형은 북한식 ‘공포정치’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장성택 잔재를 청산하는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공포정치를 통해 내부 권력을 다지는 데 성공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 엘리트 집단의 ‘운명 공동체’ 의식에 충격을 가함으로써 김정은체제의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전방위로 진행된 ‘장성택 물 빼기’ 작업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모든 직위에서 해임된 지 나흘 만에 특별군사재판을 통해 처형됐다.

북한 정권 수립 이래 최고지도자가 자신의 손으로 친인척을 처형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이 공개한 처형 판결문에 적시된 장성택의 혐의는 ‘국가전복 음모 행위’다.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2012년 11월4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함께 평양산원 유선종양연구소를 시찰하는 동안 주머니에 한손을 넣은 채 걷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죄목을 보면 김정은의 권위에 도전하는 ‘양봉음위(陽奉陰違:앞에서는 순종하는 체하고 속으로는 딴마음을 먹음)’, 인사 농단 및 분파 조장, 군대를 동원한 정변 획책, 국가기구 체계 무시 및 내각 무력화, 수도 건설 작업 방해, 자원 해외 헐값 매각, 거액 횡령, 자본주의 날라리풍 사진 유포, 부화 방탕한 생활과 해외 도박에 이르기까지 정치·군사·경제·사회 부문을 총망라한다. 남편인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김일성의 핏줄인 이른바 ‘백두혈통’의 첫 번째 공주인 김경희도 정치적 실권을 잃었다.

장성택에 적용된 다양한 죄목은 물갈이 기준으로 활용됐다. 김영일 국제비서와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 리영수 당 근로단체 부장, 백계룡 당 경공업부장 등 장성택·김경희 부부 계열로 분류됐던 인물들이 잇따라 숙청됐다. 올해 중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출 등을 통해 기존 인물의 약 55%가 교체되는 등 당·정·군 각 부문에 걸쳐 대대적인 인적 개편이 이뤄졌다.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과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변인선 제1 부총참모장, 리병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 등이 신진 지배계층에 진입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2일 “현대판 종파집단에 대한 단호한 숙청, 인민의 피땀으로 개인의 향락을 사는 세도꾼은 살아남을 자리가 없다”는 글을 게재하며 숙청 작업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재판 당시 모습. 북한은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장성택에게 ‘국가전복음모의 극악한 범죄’로 사형을 선고하고 이를 바로 집행했다. 양 손은 포승줄에 묶여있고 눈두덩이에 멍자국이 있다. 자료사진
◆‘백두혈통’ 혈족과 빨치산 2세 그룹 부상


장성택 부부 계열로 분류됐던 인사들이 숙청되면서 생긴 공백은 ‘백두혈통’ 인사와 빨치산 후손들이 메웠다.

권력 재편의 특징은 군부를 노동당의 통제 아래 두고 그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인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군부 실력자인 총정치국장에 당료 출신인 최룡해와 황병서를 잇달아 앉히고 김정일 시대에서 오랫동안 군부 요직을 차지하고 영향력을 발휘했던 군 원로들은 방출됐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27세에 불과하지만 최근 차관급인 노동당 부부장 자리에 올라 남다른 위상을 과시했다.

항일 빨치산 2세대 그룹의 부상도 두드러진다. 빨치산 2세 그룹에서는 최룡해 당 비서의 부상이 단연 눈에 띈다. 최룡해 비서는 김일성 주석과 함께 항일 빨치산 활동을 벌인 최현의 아들이다.

장성택과 가까웠던 최룡해는 장성택 숙청 이후 군 총정치국장 자리를 황병서에게 내주고 당 근로단체 비서로 되돌아가 실세 그룹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최근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다시 호명되고 공식 서열도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를 제치는 등 김정은 체제의 2인자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성택 이후의 측근 권력지도가 최룡해를 정점으로 다시 그려진 셈이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구성하는 3인방 중 헌법상 국가수반으로 얼굴마담에 불과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빼면 최룡해는 김정은 제1위원장과 함께 모든 정책과 주요 인사를 논의·결정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오일정 당 군사부장과 오백룡의 아들 오금철 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도 빨치산 혈통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최근 40여일 동안 잠행한 이후에 혈족인 김여정과 최룡해 등 빨치산 관련 인사들을 본격적으로 등용하는 인적 개편을 단행했다”며 “그 과정이 아직 진행중인 듯하고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국가안전보위부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랫동안 당 조직지도부에서 군부를 관장해온 황병서의 위치도 급부상했다. 김 제1위원장 생모인 고영희의 신임을 받았던 황병서는 장성택 숙청 과정에서 김정은의 측근으로 부상했으며 지난 4월 말 총정치국장에 올랐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