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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을 칼 삼아 세상 향한 일침… "물욕 깨고 본질을 보라"

입력 : 2014-12-09 21:14:39 수정 : 2014-12-09 21: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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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打物’ 화두로 개인전 여는 화가 박방영 현판과 비석 글씨로 서예가들에게도 한 수 가르침을 주는 중견화가 박방영(56)이 칼을 다루듯 모필을 자유자재로 운용해 그린 ‘그림 같은 글씨’와 천진한 민화풍의 그림을 보여주는 전시를 10∼16일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인사아트센터 B1)에서 연다.

“글씨를 통해 그림으로(以書入畵), 그림을 통해 글씨로(以畵入書)의 경계마저 자유롭게 넘나들고 싶었다. 서화동일론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 중심에 ‘타물(打物)’이란 화두가 자리하고 있다.”

‘타물’은 ‘두드려 만든 금속 기구’, ‘판에 넣어 굳힌 마른 과자’, ‘아악에 사용하는 타악기’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그에게 ‘타물’이란 ‘물에대한 욕심을 때려서 깨뜨리자’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인간이 만들거나 규정한 물에서 벗어나 본질에 더 다가서려는 몸짓이다.

“인간이 언어 이전시대에는 주변과 직통으로 소통을 했다. 언어라는 매개가 생기면서 언어에 갇히게 됐다. 성경의 바벨탑은 이를 은유한 것이다. 요즘 우리는 집 전화번호도 외우지 못한다. 휴대전화 저장기능에 매여 살기 때문이다. 인간의 도구, 즉 물을 깨야 본래의 모습을 반추해 볼 수 있다. 그래야 끊임없는 르네상스가 가능하다.”

그는 자신의 고향 부안 일대 풍경을 그렸다. 하지만 언뜻보면 휘갈겨 쓴 서예작품 같다. 부안(扶安), 자동차, 여행(旅行), 산의 형상, 야(野), 해(海)가 써지거나 그려져 있다.

풀이하면 ‘부안으로 차를 몰고 여행 가는데 산과 들과 바다가 보인다’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호(好)자, 풍(風)자는 부안의 아름다운 풍광을 말한다. ‘개암(開岩)’이란 글자와 옆의 탑모양은 ‘개암사’를 의미한다. 그 속에 소요자적하는 인간, 수도하는 인간, 경배하는 인간이 보인다. 계곡의 물과 풀꽃, 짐승이 함께하니 역시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민화풍의 천진난만과 파격(해학)이 꿈틀거리는 ‘말·닭·개·나비’
인간 우월주의는 없고 생태미학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그의 그림을 이해하려면 전통적 문인화처럼 간화(看畵)가 아닌 독화(讀畵)가 요구된다.

그가 칼을 휘두르는 듯한 모검(毛劍)으로 ‘물’을 깬 자리엔 천진난만과 해학이 꿈틀거린다. 전통 민화에서의 천진한 파격과 분청사기에서의 해맑은 감성과도 유사하다. 타물을 통해 얻어진 본연의 세계다.

“이러한 심미 특질들은 우리 민족 고유의 것이지만 그간 간과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 미술, 일제 강점기의 일본 미술, 해방 이후 서구 미술의 세례에 따른 결과다.이젠 종속적 문화 수용에서 벗어날 때다.”

그의 예술적 지향점도 타물이다. 우리의 관념, 종교, 문자, 언어, 계급, 이데올로기, 체계, 관습 등 벽(물)을 만드는 것을 깨뜨려 너와 내가 직단으로 만나자는 것이다. 예술의 역할이라고도 했다.

“문자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었지만 많은 상상력과 통합적인 사고를 막아온 것을 우리는 자각할 필요가 있다. 예술이 인간이 만들어 온 많은 ‘물’들이 본연의 우리로 나아가는 데 벽이 됐음을 환기시켜줘야 한다.” (02)720-4354

글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사진 남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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