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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소박한 산사…고요해지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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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1 18:27:46 수정 : 2014-12-30 15: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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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면서 같은 듯… 완주 화암사와 금산 진산성지 대둔산에 올라 설경을 감상한 후에는 여정을 어떻게 짜면 좋을까. 또 한 해가 저물고 있으니 고즈넉한 산사나 성당을 찾아 고요한 마음으로 한 해를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대둔산 인근에는 평화롭고 고요한 분위기의 산사와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전북 완주에는 유서 깊은 절집이 여럿이지만 대둔산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화암사다. 또 충남 금산 땅으로 넘어가면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회 순교자인 윤지충이 살던 진산성지가 지척이다. 

 
화암사가 자리한 불명산의 수려한 눈꽃.
화암사는 대둔산 바로 옆 불명산의 계곡 속에 자리하고 있다. 대둔산에서 완주 화암사까지 실제 주행거리는 꾸불꾸불한 산길을 돌아가니 26㎞가 조금 넘지만, 직선거리는 7㎞ 남짓에 불과하다. 또 대둔산에서 금산 진산성지까지는 8㎞밖에 되지 않는다. 화암사와 진산성지는 전혀 다른 신앙의 공간이지만, 두 곳 모두 소박하고 말간 얼굴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이즈음은 하얀 눈으로 덮여 더욱 맑은 기운이 감돈다.

화암사는 말간 얼굴의 비구니를 연상시키는 소박한 느낌의 절집이다. 우화루 처마 밑으로 보이는 극락전이 하얀 눈으로 쌓여 이 산사는 더욱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암사는 꽃바위에 걸터앉은 절집이라는 뜻이다. 화암사로 드는 길은 운치가 넘친다. 계곡을 따라 15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숲과 물길, 작은 나무다리 등이 어우러진다. 가파른 절벽에 놓인 147개의 철계단을 거쳐 다시 돌계단을 오르면 절집 정문 격인 우화루(雨花樓·보물 제662호)에 닿는다. 조선 광해군(1611년) 때 세워진 우화루는 정면은 2층 누문, 후면은 단층인데, 단청이 벗겨진 나뭇결에서 세월의 무게가 오롯이 전해진다. 

하앙식 구조로 이어진 화암사 극락전.
절집은 검박하면서도 묵직하다. 우화루 옆 쪽문으로 들면 본전인 극락전이 서 있다. 이 극락전은 국보 제316호로, 국내 유일의 하앙식(下昻式) 구조를 지니고 있다. 처마를 좀 더 길게 밖으로 빼기 위해 기둥과 처마 사이에 부재를 끼운 건축양식이다. 극락전과 우화루가 마주 보고 서 있고, 좌우에는 요사채인 적묵당과 불명당이 마주 보고 있다. 이렇게 네 건물이 모여 네모 난 작은 마당을 만들었다. 이 눈 덮인 겨울 산사에는 정적만이 감돌고 있다. 낯선 손님을 반기는 것은 한 마리 검은 강아지뿐이다. 

충남 금산의 진산성지 성당.
금산군 진산면 지방리의 진산성지는 윤지충과 그의 외사촌 형 권상연이 살던 곳이다. 윤지충은 8월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주재했던 시복식에서 복자(福者·성인의 전 단계)로 추대된 124위 중 첫 번째로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윤지충은 1791년 모친의 장례를 치르며 유교식 의식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사촌 권상연과 함께 전주 풍남문 밖에서 참수된다. 성지가 있는 지방리 일대는 박해를 피해 숨어살던 신자들이 교우촌을 이루던 곳이다.

전북 완주의 특산품인 곶감.
진산성지 일대는 한적한 농촌마을이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진산성지성당은 슬레이트 지붕의 목조 건물로, 시골 마을의 오래된 학교건물을 연상시킬 정도로 소박하고 단출하다. 성당 문은 잠겨 있지만, 빛 바랜 벽과 나무 창틀의 건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하염없이 눈이 내리는 저녁, 이 작은 시골 성당의 풍경은 더없이 평화롭다.

완주·금산=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서울에서 출발한다면 대전·통영고속도로의 추부나들목으로 빠져나오면 된다. 대둔산 자락 17번 국도변에 펜션과 무인모텔 몇 곳이 있다. 대둔산도립공원 입구에 식당이 줄지어 서 있다. ‘대전식당’(063-263-3188)은 산채비빔밥 등을 내놓는데 밑반찬이 정갈하다. 완주는 곶감이 특산품이고, 금산은 우리나라 최대 인삼 산지다. 화암사로 가는 길에 곶감을 말리는 농장 여러 곳을 지나게 된다. 대둔산도립공원 입구에 인삼 튀김을 파는 집이 많다. 케이블카 하부역사 바로 밑에 추위에 언 몸을 녹일 만한 온천 사우나(063-263-1260)가 있다. 케이블카(063-263-6621)는 겨울철에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왕복요금은 어른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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