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여행] 하얀 눈꽃 핀 ‘겨울왕국’

입력 : 2014-12-11 18:28:00 수정 : 2014-12-11 20:19:4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호남의 금강’ 대둔산의 화려한 설경
'
전북 완주와 충남 금산의 경계에 서서 논산에도 한 발을 딛고 있는 대둔산(878m)은 단풍과 설경 모두 빼어난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대둔산 단풍의 아름다움을 노래했으나, 이제는 이 산의 눈꽃을 찬미해야 할 것 같다.

신이 빚었다는 찬사까지 듣는 대둔산 설경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도시의 직장인이 눈이 그친 직후 절정의 아름다움이 펼쳐질 때를 정확히 맞춰 찾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올해도 대둔산 눈꽃을 겨누고 있었지만, 겨울 초입에 이토록 많은 눈이 내려 12월 초 대둔산에 화려한 설경이 펼쳐질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대둔산의 기암괴석.
충청과 호남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린 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길을 뚫고 대둔산에 올랐다. 늦은 오후에라도 날이 개길 기다렸지만 눈발은 좀처럼 가늘어지지 않는다. 대둔산의 암봉과 기암들이 짙은 안개와 구름으로 뒤덮여 설경이 펼쳐지기는커녕 바로 앞의 사물도 제대로 분간하기 어려웠다.

허탕을 치고 맥이 빠져 대둔산 자락 숙소에 여장을 풀었으나, 창밖의 눈발은 점점 더 굵어지고 있었다. TV 심야방송에서는 다음 날 전북 완주에도 대설주의보가 내렸다는 일기예보를 전하고 있었다. 왕왕 그랬던 것처럼 일기예보가 빗나가기를 바라며, 눈이 오지 않는 강원도 영동 지방으로 행선지를 바꿀까도 생각해 봤다. 

밤새 내린 눈이 그치며 안개도 걷히자 대둔산의 기암절봉들이 화려한 설경을 펼쳐보이고 있다. 금강구름다리에 오르자 아슬아슬한 삼선계단이 바로 눈앞에 서 있고, 개척탑이 세워진 최고봉 마천대도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창문을 열어보니 하얀 설산 위로 거짓말같이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는 게 아닌가. 부리나케 짐을 챙겨 다시 대둔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금산과 완주의 경계를 이루는 배티재(340m)에 오르자 대둔산의 암봉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대둔산에 ‘호남의 금강’이라는 절찬을 붙여준 기암절봉들이 배티재 너머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3개 시·군에 걸쳐 있는 대둔산은 오르는 방법도 여러 가지지만, 가장 일반적인 등산로는 완주의 대둔산도립공원을 출발해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거쳐 마천대에 오르는 코스다. 

까마득한 절벽을 잇는 금강구름다리.
하산길은 낙조대를 반환점으로 삼아 용문굴을 거쳐 다시 동심바위로 이어진다. 가파른 바위와 절벽으로 이뤄진 대둔산은 오르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는데, 5㎞쯤 되는 이 코스도 4, 5시간이 걸린다. 한나절 산행을 원치 않는다면 케이블카를 이용해도 좋겠다. 대둔산 중턱인 금강구름다리 아래까지 5분 만에 오른다. 케이블카를 타면 최고봉인 마천대까지 2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대둔산 중턱까지 오르는 케이블카.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가파른 철계단이 버티고 서 있다. 철계단은 좁은 암벽 사이로 이어진다. 암벽을 비집고 나서면 대둔산의 명물 중 하나인 금강구름다리다. 임금바위와 입석대, 두 암봉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놓인 철다리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높이 80m, 길이 50m의 금강구름다리에 오르자 다리가 후들거린다. 머리 위로는 기가 질릴 정도로 위압적인 암봉들이 서 있고, 아래로는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절벽이 까마득하다.

금강구름다리를 건너 다시 철계단을 오르면 ‘무시무시한’ 삼선계단이 버티고 서 있다. 삼선봉으로 오르는 길이 36m 계단의 실제 경사는 51도이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수직에 가깝다. 삼선계단에 비하면 금강구름다리는 ‘맛보기’에 불과했다. 계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오금이 저린다. 

경사가 51도에 달하는 삼선계단.
127계단을 오르는 내내 헛디딜까 조심조심 발을 옮기고, 미끄러질까 힘껏 난간을 움켜쥐게 된다. 삼선계단 들머리에서 한 부부가 옥신각신하고 있다. 남편은 초행길인 아내에게 “대둔산에서 삼선계단을 빼 먹으면 안된다”고 동행을 권유하고, 아내는 “너무 무서워 못 오르겠다”며 울상이다. 결국 아내는 삼선계단을 오르지 못하고 봉우리 반대편 비탈길을 통해 삼선봉에 도달했다.

삼선봉에서 마천대까지도 가파른 비탈길의 연속이다. 마천대 정상에는 대둔산 개척탑이 서 있다. 전망을 해친다는 이유로 철거하자는 의견이 있어 2년 전 여론조사를 벌였으나, 지역 상징이 됐으니 존치하자는 견해가 더 많았다고 한다. 마천대 정상에 오르면 삼선계단과 금강구름다리가 손톱만 한 크기로 내려다보이고, 끝 간 데 없이 이어진 산봉우리들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덕유산은 손에 잡힐 듯하고, 멀리 마이산과 지리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완주·금산=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