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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나라가 가라앉는다”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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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1 20:44:57 수정 : 2014-12-11 21: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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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경쟁 극심하고 경제는 진퇴양난 상황 뒷걸음 정치 희망 없어
의리는 국민 위한 것 고언 귀담아 들어야
동북아는 격변의 현장이다. 1세기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하다. 국익을 위해 눈에 불을 켠 채 하나같이 내부 결속의 고삐를 죄고 있다. 북한의 30대 지도자는 지난해 이맘때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했을 때만 해도 천방지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안정적 지도체제를 구축했다는 평을 받는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더욱 힘을 받고 있다. 14일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가 이끄는 자민당이 의석 3분의 2선을 상향돌파하면 안팎의 입지는 더욱 넓어질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엊그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해 “덩샤오핑 이래 누구보다도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권력을 공고화했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경계의 발언으로 들린다.

주변 나라는 모두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요동치는 동북아 경쟁 구도에서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서다. 주변국과 달리 우리만 따로 도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우리의 내부 결속력은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경제마저 좋지 않다. 디플레이션에다 가계부채 급증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상황이 엄중하다. 그래서 집권세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새누리당은 그제 야당과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완수를 위해 야당의 협력을 이끄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과거로의 회귀다. 내년 상반기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증언대에 세우느냐는 등 시비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할 게 뻔하다. 그간 숱한 국정조사를 봐왔지만 언제나 물고 뜯어 상처만 입히는 정쟁이었을 뿐이다. 집권당의 과거 지향적 태도는 처음이 아니다. 현 정부 출범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녹취록 공개로 그 중요한 집권 초반 1년을 허비했다. 미래를 향한 다리를 놔도 부족한 판국이다. 집권당이 자꾸 과거로 뒷걸음질 치는 정치를 해서야 희망을 말하기 어렵다.

청와대 비선 의혹과 암투설로 국민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길이 뭣인지 삼삼오오 모이면 그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닷새 전“비서관 3인은 15년간 우직하게 일했고 물의를 일으키거나 잘못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보수언론마저 사설에서 “나라의 장래를 위해 국정운영의 시스템 변화와 청와대의 인적재편이 필요하다”고 ‘상소’하는 국면에서 쐐기를 박은 것이다. 집권 여당은 한목소리로 동조했다. 그날 여당은 “청와대와 우리는 한 몸”이라고 선언했다. 청와대와 여당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의리’다. 

백영철 논설위원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의 과거를 보면 확연해진다. 박 대통령은 1990년 9월2일, 일기장에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만큼 흉한 일도 없다”고 썼다. 1991년 11월19일 일기엔 “의리만을 존중하자”는 각오가 피력돼 있다. 미생지신(尾生之信) 논란만 한 사례도 없다. 세종시 수정안 공방 와중에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미생은 결국 익사했다”며 명분만 고수하는 어리석음을 비판하자 박 의원은 “미생은 죽었지만 귀감이 되고 애인은 평생 손가락질 받으며 살았을 것”이라고 받았다. 이런 의리정치는 대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신의와 원칙은 중요하다. 국민은 그것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국정운영에서 개인적 의리보다 나라를 위한 대의가 더 막중하다고 보는 국민이 많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비서실장이든 문고리 3인방이든 나라와 대통령을 위해 언제나 보따리를 싸는 것이 의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큰 의리를 지켜야지 작은 의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권력 주변의 아첨꾼을 흑사병이라고 경고한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결과로 용서 받아야 한다”고 했다. 최고 지도자는 국가의 안위를 항상 먼저 생각하고 부하와의 작은 신의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는 훈수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최근 말했다. “나라가 가라앉는다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이처럼 집권 세력이 흘려들어서는 안 되는 고언들은 최근 더욱 많아지고 빈번해지고 있다.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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