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스님이 의상스님과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나섰다가 어두운 밤에 갈증을 느껴 바가지의 물을 마셨다. 깨어보니 마신 물은 해골 바가지에 고인 썩은 물이었다. 갑자기 참을 수 없는 구역질로 뱃속의 모든 것을 토해냈다. 한밤중에 마신 물은 왜 좋았고, 해골 바가지 물은 왜 뱃속을 뒤집었는가.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 있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도 유사한 일례이다.
김진춘 청심대학원대 교수 |
플라세보 효과는 가짜 약이지만 기대감과 믿음으로 약의 효과를 봤다. 노세보 효과는 진짜 약이지만 의심과 불신으로 약의 효과를 못 봤다. 물론 진짜 약에 기대감과 믿음이 합쳐지면 보다 큰 약효가 발휘된다. 마음이라는 비물질적·성상적인 측면과 약이라는 물질적·형상적인 측면이 함께 작용할 때 효과는 최대이다. 쌍쌍원리 때문이다. 두 효과는 심리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플라세보 효과는 감사·기대감·긍정의 힘으로, 노세보 효과는 불평·불만·의심·부정의 힘으로 영향을 미친다. 마음은 뇌에, 뇌는 세포와 조직과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참사랑과 진리말씀으로 충만된 마음인가, 아니면 타락성과 죄악으로 가득찬 마음인가에 따라 뇌는 다르게 영향을 받는다. 뇌에 전달된 정보는 호르몬과 신경전달 물질을 다르게 생성·분비한다. 이들은 세포와 장기와 모든 신체부위뿐만 아니라 생활에도 다르게 영향을 미친다. 플라세보 효과와 노세보 효과는 신체는 물론 태도와 자세와 인간관계, 그리고 생활에도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플라세보 생활은 배려와 감사와 기쁨과 긍정의 진실된 마음으로 사는 생활이다. 노세보 생활은 이기주의와 불평·불만과 시기·질투와 중상모략의 거짓된 마음으로 사는 생활이다. 플라세보 생활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가능성과 희망과 비전을 보게 한다. 감사하고 용서하며 사랑하고 하나되게 한다. 노세보 생활은 사실을 왜곡하고 부정하며 의심하게 한다. 심정 유린과 인권 유린을 자아내기 쉽다. 우리는 매일 매순간 플라세보 생활과 노세보 생활을 선택하며 살고 있다.
김진춘 청심대학원대 교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