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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춘의종교과학에세이] 플라세보 생활과 노세보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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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2 20:52:47 수정 : 2014-12-12 22: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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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자들이 위장병 환자를 A, B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다. A그룹에는 ‘새로 개발한 특별한 약’이라 하고, B그룹에는 ‘기존의 보통 약’이라 하고 투약했다. 얼마 뒤 검사했을 때 A그룹의 위장상태는 B그룹보다 훨씬 좋았다. 하지만 두 그룹에 투약한 것은 똑같은 영양제였다. 이 실험에서 작용한 것은 약이 아니라 환자의 심리상태, 곧 마음이었다. 이것을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라고 부른다.

원효스님이 의상스님과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나섰다가 어두운 밤에 갈증을 느껴 바가지의 물을 마셨다. 깨어보니 마신 물은 해골 바가지에 고인 썩은 물이었다. 갑자기 참을 수 없는 구역질로 뱃속의 모든 것을 토해냈다. 한밤중에 마신 물은 왜 좋았고, 해골 바가지 물은 왜 뱃속을 뒤집었는가.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 있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도 유사한 일례이다.

김진춘 청심대학원대 교수
플라세보는 라틴어로 ‘기쁘게 해드린다’의 의미를 갖고 있다. 플라세보는 일반적으로 ‘가짜 약’(僞藥)으로 불린다. 질병의 치료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물질이다. 그런데 의사에 대한 믿음과 환자 자신의 기대감이 약의 효과를 가져왔다. 이것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약이 부족할 때 많이 쓰였다고 한다. 플라세보 효과는 믿음 효과요, 기대 효과이며, 마음 효과이다. ‘노세보 효과’(nocebo effect)는 그 반대이다. 노세보는 라틴어로 ‘해를 끼친다’는 뜻이다. 노세보 효과는 진짜 약을 먹고도 환자의 불신 때문에 약효가 발휘되지 않는 경우이다. 부정적·비판적·회의적 마음이 약과 세포의 물질적 상호작용에 악영향을 줬다.

플라세보 효과는 가짜 약이지만 기대감과 믿음으로 약의 효과를 봤다. 노세보 효과는 진짜 약이지만 의심과 불신으로 약의 효과를 못 봤다. 물론 진짜 약에 기대감과 믿음이 합쳐지면 보다 큰 약효가 발휘된다. 마음이라는 비물질적·성상적인 측면과 약이라는 물질적·형상적인 측면이 함께 작용할 때 효과는 최대이다. 쌍쌍원리 때문이다. 두 효과는 심리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플라세보 효과는 감사·기대감·긍정의 힘으로, 노세보 효과는 불평·불만·의심·부정의 힘으로 영향을 미친다. 마음은 뇌에, 뇌는 세포와 조직과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참사랑과 진리말씀으로 충만된 마음인가, 아니면 타락성과 죄악으로 가득찬 마음인가에 따라 뇌는 다르게 영향을 받는다. 뇌에 전달된 정보는 호르몬과 신경전달 물질을 다르게 생성·분비한다. 이들은 세포와 장기와 모든 신체부위뿐만 아니라 생활에도 다르게 영향을 미친다. 플라세보 효과와 노세보 효과는 신체는 물론 태도와 자세와 인간관계, 그리고 생활에도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플라세보 생활은 배려와 감사와 기쁨과 긍정의 진실된 마음으로 사는 생활이다. 노세보 생활은 이기주의와 불평·불만과 시기·질투와 중상모략의 거짓된 마음으로 사는 생활이다. 플라세보 생활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가능성과 희망과 비전을 보게 한다. 감사하고 용서하며 사랑하고 하나되게 한다. 노세보 생활은 사실을 왜곡하고 부정하며 의심하게 한다. 심정 유린과 인권 유린을 자아내기 쉽다. 우리는 매일 매순간 플라세보 생활과 노세보 생활을 선택하며 살고 있다.

김진춘 청심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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