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과 두려움 속에도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
놀라운 내적 변화 체험
인디아 데자르댕 글/파스칼 블랑셰 그림/이정주 옮김/시공주니어/9800원 |
“밖은 ‘위험’과 같은 말이에요.”
마르게리트 할머니는 밖에 나가려 하지 않는다. 집 밖에서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감기에 걸리거나, 강도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나는 걸 지켜보면서 생긴 생각이다.
어느 크리스마스, 익숙한 집안에서 나름 평화롭게 살아가는 할머니 집에 자동차가 고장나 눈 속에 갇힌 가족이 찾아온다. 낯선 사람들이 의심스럽고 두렵지만 할머니는 우여곡절 끝에 그들을 도와준다.
가족은 차에 돌아가고 할머니는 다시 혼자 남아 영화를 보지만 재미가 없다. 문득 창밖에 있는 가족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견인차를 기다리는 동안 선물을 나누며 크리스마를 즐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할머니는 그들에게 전해줄 요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음식을 들고 문밖에 나섰을 때, 차는 이미 견인되고 난 뒤였다. 방금까지 차가 있던 빈자리를 바라보면서 할머니는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바깥에 한참 서 있으니 조금 전까지 왜 그렇게 불안했는지 잊어버렸다. “할머니는 죽음을 두려워했지만, 정작 두려워한 건 삶이었어요.”
은은한 갈색 빛이 인상적인 화풍은 배경인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따뜻한 느낌을 준다. 텅 빈 복도 끝에 홀로 앉은 할머니의 모습과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묘사만으로 고독과 정적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등 그림이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예술적 기법 이상의 깊이를 보여준다”는 평가와 함께 올해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의 라가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라가치상은 아동 도서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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