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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세한삼우(歲寒三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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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7 21:18:45 수정 : 2014-12-17 21: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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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대나무·매화는 ‘세한삼우(歲寒三友)’로 불린다. 겨울철의 세 벗이라는 뜻으로서 흔히 한 폭의 그림에 그려서 ‘송죽매(松竹梅)’라고 한다. 지조 있는 선비인 군자를 상징한다. 탄탄대로를 걷다 인생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 변치 않고 찾아주는 친구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세한삼우의 하나인 소나무가 바로 그러한 일을 했다. 예컨대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가 그린 ‘세한도(歲寒圖)’를 보자. 추사는 59세 되던 해인 1844년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자신을 잊지 않고 책을 보내주는 제자 우선 이상적(藕船 李尙迪)을 위해 ‘세한도’를 그렸다. 발문에 ‘논어’를 인용해 “날이 추워져 다른 나무들이 다 시든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고 적었다. ‘사람이 시련에 처했거나 시련을 겪은 후에야 그 사람의 진실된 참모습을 볼 수가 있다’며 이상적에 감사하면서 칭찬하는 문구로 활용하고 있다.

대나무는 어떠한가. 조선 고종 때 박재철이 한문 초학자를 위해 엮은 교재 ‘학어집(學語集)’에 “대나무라! 푸르고 높은 절개가 사시를 통해 변하지 않으니 군자가 이것을 취해 원포에 심는도다(竹 靑靑高節 貫四時而不變 君子取之 種于園圃)”라고 했듯 대나무는 속이 비어 있으면서도 군자의 인품에 비유될 수 있는 끈질김, 겸허, 지조, 절개 등의 특성을 의미한다.

매화는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도 남에게 기쁨을 주는 군자정신의 표상으로 여겨진다. 추위가 한창인 초봄에 다른 어떤 식물보다 먼저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퍼트리는 고절함을 높게 친다. 명나라 때 선비 방효유(方孝儒)의 시 ‘매화’를 감상하자. “살짝 내린 눈 녹고 연못에 반쯤 달이 비치는데(微雪初消月半池)/ … /맑은 향기 하늘의 마음 전하려는 듯(淸香傳得天心在)/ 여느 초목 따위 마음 알 수 없어라(未詳尋常草木知).”

많은 눈이 내린 가운데 맹추위도 몰려온 엄동설한이다. 이래저래 힘든 세상살이다. 그럴수록 송죽매(松竹梅), 소나무·대나무·매화 같은 고결한 지조로써 이겨내는 강인함이 요청된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歲寒三友 :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소나무·대나무·매화로서 지조 있는 선비 곧 군자’를 뜻함.

歲 해 세, 寒 찰 한, 三 석 삼, 友 벗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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