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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메이커 문화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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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7 21:19:40 수정 : 2014-12-17 21: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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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과학기술과 접목 창작물 완성
메이커들 창의 공간 많이 제공 해야
지난 주말 대한민국과학기술창작대전이 두 달간의 치열한 경연 끝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요즘 세계적으로 붐을 이루고 있는 메이커(maker) 운동 확산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전국적 규모로 처음 개최되는 메이커들의 한바탕 축제였다.

메이커들은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며 DIY(Do It Yourself)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2006년 미국에서 ‘메이커 페어’가 시작된 이후 메이커문화가 일본, 중국 등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적 어젠다로 창조경제가 대두되며, 그 토대가 되는 메이커문화가 세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김승환 포스텍 교수·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미국의 경우 자기 집의 차고에서 곁눈질로 부모의 메이커 작업을 보고 따라 한다. 어려서부터 아이들이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쓰며 자연스럽게 DIY 정신을 익혀나가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구글도 처음엔 차고에서 시작했다. 이와 같이 차고창업은 미국 창업문화의 정수이다. 최근 약간 상업적 냄새가 나지만 중국 베이징에서도 ‘차고카페’가 청년창업자들의 아지트로 대두되고 있다.

사실 필요에 의해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은 우리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이다. 어린 시절 필자도 옆집 제재소의 쓰다 버린 나뭇조각으로 마당에서 차와 총을 만들며 장난감을 스스로 조달하곤 했다. 지금 바야흐로 메이커 운동이 붐을 이루는 이유는 다양한 소재와 오픈소스 하드웨어를 활용해 컴퓨터, 전자 등 첨단 과학기술을 쉽게 접목할 수 있는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메이커문화는 아직 제대로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숨어있는 메이커들을 발굴하고 그 저변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메이커커페어가 개최되기 시작했다. 이번 대한민국과학기술창작대전의 경우 무려 300여개 동호회, 학생, 가족, 직장인 팀이 신청해 그중 48개의 팀이 선발돼 결선에 참여했다.

사물인터넷(IoT), 드론, 3차원 프린팅, 과학게임, 과학기술 앱 등 5개의 첨단 분야에서 메이커들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경연에서 제시된 고난도 미션을 수행해냈다. 참가자들은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48시간의 집중적인 창작과정을 거치며 대부분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창작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엔자이너’는 잠자리에 누워있을 때 문득 떠오른 생각을 앱으로 연동하고 알아서 관리해주는 감성적인 창작물 ‘인큐(INCU)’로 평가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 외에도 ‘변신 드론’, ‘복합 3차원 프린터’, ‘유전자 조작게임’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다양한 창작물이 수상해 우리나라 메이커문화의 높아진 수준과 향후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많은 메이커페어가 남녀노소가 모두 참여하는 지역축제로 치러진다. 지난 6월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메이커페어에서는 높이 5m, 무게 1t의 거대한 로봇 기린이 백악관 정원을 돌아다녀 큰 흥미를 끌었다. 미국의 메이커들은 생활 속에서 세대를 넘어 자유로운 소통과 창작 작업을 수행하고 있고 이를 국가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로 시도되는 메이커페어를 국민적 축제로 승화하고 전국에 산재한 메이커들이 평소에 쉽게 활동할 수 있는 ‘창의공간’을 많이 제공해줘야 한다.

1998년 빌 게이츠는 “누군가 차고에서 전혀 새로운 무엇인가를 개발하고 있지 않을 까 두렵다”고 했다 한다. 그러나 바로 그해 구글이 차고에서 창업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파트 숲으로 변한 주거환경에서 메이커들을 위한 창의공간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무한상상실’이 우리 메이커들이 즐겨 찾는 ‘차고’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김승환 포스텍 교수·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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