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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 빌미 촌지 여전… 아직도 먼 '청렴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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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7 20:07:43 수정 : 2014-12-17 22: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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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사회 도약 프로젝트] ② 학교·교사·학부모 불신 해소 시급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은 발칵 뒤집혔다.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사립초등학교 학부모 3명이 방문해 교사들이 촌지를 상습적으로 받고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면서다. 교육청이 지난 8월 촌지 10만원 이상을 받은 교원을 파면·해임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파장은 더욱 컸다.

한 학부모는 “내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에 존재했던 촌지 문화가 30년이 지나 학부모가 된 현재에도 잔재해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울 따름”이라며 “청렴이란 말만 앞세우는 교육청과 학교, 선생님도 이젠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교사 못 믿겠다”는 학부모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심지어 학부모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글을 보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촌지’를 요구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초등학교 학부모 이은영(33·가명·서울 강동구)씨는 “주변 학부모들이 하는 얘기도 그렇고, 혹시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덜 신경 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아닌 줄 알면서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한다”며 “돈이야 줄 수 있다 치더라도 그렇게 생각이 틀려먹은 사람에게 우리 아이를 맡기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학부모들의 불신과 그 결과 마지못해 학부모와 교사가 촌지를 주고받는 악순환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비단 촌지뿐만이 아니라도 운동부 비리와 각종 사업을 둘러싼 접대와 리베이트 등 학교 등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부정부패는 수두룩하다.

그 결과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도 나타난다. 이 평가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종합청렴도는 17개 시·도 중 경기도교육청과 부산시교육청에 이어 낮은 15위, 청렴 등급은 전체 5개 등급 중 4등급에 머물렀다.

서울시교육청을 포함한 전국의 교육청들은 전반적인 청렴 수준에서도 떨어지는 편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공공기관의 업무담당자에게 금품·향응·편의를 제공했거나, 주변 사람들이 제공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경험률은 6.0%(광역자치단체 및 공직유관단체 3.4%, 중앙행정기관 2.5%)로 가장 높았다. 전체 공공기관의 경험률 평균인 3.3%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교육청들은 또 부당한 업무지시 경험률에서도 8.7%로 다른 공공기관보다 높았다.

◆신뢰 제도적 장치구성원들의 의지 있어야

신생 교육청인 세종시교육청은 지난해 청렴도 평가 3위에서 올해는 1위에 올랐다. 청렴문화 확산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시교육청이 가장 신경을 쓴 것 중 하나는 청렴의 제도화다. 시교육청은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기준을 강화해 촌지 수수 등의 비리 적발 시 교육비리 무관용 퇴출제를 도입했다. 또 명절 전후, 휴가철, 대통령 해외순방 등 취약시기에 감찰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처벌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에 청렴 교육도 강화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무원 행동강령 자가학습 시스템이다. 세종시 모든 교사와 교육청 직원들은 일주일에 한번 컴퓨터 부팅을 할 때 ‘청렴’과 관련한 강의를 듣는다. 자의건 타의건 간에 자연스레 ‘청렴’에 대한 인식을 규칙적으로 습득하게 되는 셈이다. 또 강의가 끝나면 간단한 질의 응답에 답변하도록 돼있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부정부패들은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너무 오래 우리 사회에 머물러 왔고 그러다 보니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는 데서 일어난다”며 “우리 교육청은 눈과 귀가 가는 곳, 일상생활 속에 청렴이 몸에 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 틀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모든 구성원들이 청렴 문화 확산에 노력한 결과”라면서 “학부모를 비롯한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학교를 신뢰할 수 있는 청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이어 청렴도 2위에 오른 제주도교육청은 최근 3년 연속 청렴도 1등급에 머물고 있다. 교육청은 ‘클린 제주교육 추진 계획’ 매년 수정 보완하며 청렴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제주교육청은 담당 공무원은 물론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명예감사관들과 함께 교직원들의 금품·향응·편의 제공 사례를 집중 점검하고 모니터링을 한다. 또 IP 주소 등을 추적할 수 없도록 스마트폰을 이용한 부패신고 시스템도 도입했다. 또 각 학교의 학교장 출장 내역을 비롯한 모든 회계정부를 오픈했다.

제주교육청 관계자는 “모든 교육청도 청렴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내놓고 있지만 얼마나 집중하는지, 실제 시행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구성원 스스로 의지를 가지는 것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내 스스로 신뢰를 심어주겠다는 의지 또한 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우·김예진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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