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천국의 문 열리는 듯 … 작은 파라다이스

관련이슈 강주미의 올라 카리베

입력 : 2014-12-18 21:52:15 수정 : 2014-12-22 17:34:0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강주미의 올라 카리베] 〈41〉 아주 작은 섬 ‘카요 레반타도’
도미니카공화국의 ‘사마나(Samana)’는 지도에서 보면 북쪽에 손가락처럼 튀어나온 지역이다. 사마나로 가기 위해서는 산속을 계속 달려야 한다. 국립공원이 있어 그곳을 지나쳐 갔다. 그곳에 세워진 사마나라는 이정표를 보고 나서도 한참을 더 가야 했다. 길게 뻗어 있는 지형이어서 지루할 만큼 계속 갔다. 실제로 지루하기보다는 빨리 가고 싶은 조바심 때문에 더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루이스가 데려다 주겠다고 해서 그 차를 타고 갔던 일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잘한 일이다. 너무 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거절했었는데, 차편이 좋지 않은 데다 공식행사에 참석해서 운전기사가 동행하므로 괜찮다며 데려다 줬다. 운전사는 운전을 기가 막히게 잘 한다. 내가 칭찬을 해줬더니 더 열심히 운전한다. 안전하게 차를 몰면서도 제 시간에 도착하도록 속도를 내는 실력이 상당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이렇게 안전하게 운전하는 사람은 드물다. 도시에서는 차선이 의미가 없을 만큼 차선을 무시하고 여기저기서 끼어들면서 운전을 한다. 무서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카약을 타고 건너 갔던 카요 레반타도의 작은 섬은 수영을 해서도 갈 수 있다. 작은 섬의 모래사장이 내가 좋아했던 나만의 해변이다.
사마나에서 가까운 작은 섬을 드디어 간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걸음을 재촉했다. 내가 갈 곳은 사마나에 속해 있는 아주 작은 섬 ‘카요 레반타도(Cayo Levantado)’다. 카요는 혹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래서 큰 섬이라는 말과 달리 작은 섬을 이야기할 때는 카요라고 부른다. 쿠바에도 카요가 붙은 섬 이름이 많았다. 쿠바 사람이 설명해 주기에는 발가락에 붙어 있는 티눈 같은 의미라고 했다. 섬이 얼마나 작길래 섬이라고 부르지도 않는 걸까. 또 한편으로는 섬나라이기 때문에 작은 섬을 구분하기 위해 카요라고 부르나 싶었다.

카요 레바타도로 가기 위해서 도착한 선착장은 호텔에 체크인을 해야만 보트를 탈 수 있는 곳이다. 호텔이 하나밖에 없는데, 이곳 보트를 그 호텔에서 운영하므로 숙박 확인을 해야 한단다. 인터넷으로 분명 예약을 해놨는데, 취소가 되었다. 방이 없어서 호텔 측에서 취소했단다. 다행히 루이스가 있어서 그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루이스가 얘기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나 보다. 루이스가 차에 타라고 하더니 어디론가 갔다. 그곳에서 만날 사람이 이 일을 해결해 주길 기대하며 따라갔다. 이 지역 주지사인데 오래된 친구라면서 인사를 시켜줬다. 그의 집에서 대접을 받으면서 그가 해결해 주길 기대했다. 주지사라고 해도 그의 집은 일반 가정집과 별반 다르지 않게 소박하다. 그는 전화를 몇 번 걸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면서 전화 통화를 했다. 결국에는 다시 그 숙소에 방을 잡아줬다. 일을 해결해 준 루이스와 그의 친구가 고마웠다. 

카요 레반타도는 섬 전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힘들게 보트를 타고 드디어 작은 섬에 도착했다.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어떤 여자가 나를 반겨줬다. 살짝 놀랐지만,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아마도 주지사가 전화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여자가 투숙 절차를 밟는 동안 준비된 칵테일을 마시며 기다렸다. 극진한 대접을 받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낯설기만 했다. 방에 도착해서는 더 낯설고 놀라웠다. 아주 좋은 방을 내줬기 때문인데, 아마도 일반실을 예약했지만, 방이 없어서 좋은 방을 내줬나 보다. 나는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즐겼다. 발코니 테이블에 앉으면 바다가 보이고, 욕실은 방처럼 넓다. 혼자 쓰는 방치고는 너무 넓지만 여기 오기 전의 고생에 따른 보상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섬을 둘러봤다. 섬 전체를 이 호텔이 다 쓰고 있다. 이 호텔 전체를 둘러보면 섬 전체를 둘러보는 셈이다. 섬이 작다고 해야 하는 건지, 호텔이 크다고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사마나에서 이 섬을 봤을 때, 초록색으로 뒤덮여 있었던 이유를 알았다. 낮은 건물이 띄엄띄엄 배치되어 있고, 그 사이를 숲이 메우고 있었다. 숲 향기가 가득해서 바다의 습한 기운을 잊게 해 준다. 이곳에는 큰 수영장이 두 개나 있다. 바다가 바로 앞인데 수영장에 누가 가느냐며 콧방귀를 뀌었는데, 나중에 내가 그 수영장에 가 있었다. 수영장에는 바(bar)가 바로 앞에 있어서 술을 마시며 수영을 할 수 있다. 선텐하기에도 좋았다.

소니라는 이름의 바텐더는 무척 친절했다.
그러나 바다가 당연히 더 좋았고, 바다를 빼면 이곳 얘기를 안 한 것과 같다. 푼타카나도 갔었고, 쿠바에서도 좋은 바다를 여러 번 갔었다. 그 모든 곳과 비교해도 망설이지 않고 이곳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카리브해라면 어디든 흔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곳 바다색이 왜 다른 곳과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월등히 아름답다.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는 사람 손때를 덜 탄 느낌이다. 한정된 인원만 받는 이 섬의 매력이다. 호텔 투숙객이 이 섬에 있는 사람 전부라고 해도 너무 조용하다. 그 이유를 안 건 이틀이나 지나서였다. 이곳에는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출입금지 섬이었다. 어디서나 술을 마실 수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한 젊은 사람보다는 중년 부부가 많았고,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이 부부다. 친구끼리 오거나 혼자 오는 곳은 아닌가 보다. 유럽, 미국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전용기로 가까운 공항에 내려 이곳을 찾는다.

바다 위 작은 섬까지 카약을 타고 가면 나만의 해변이 나온다. 천국으로 가는 문이 열리는 것처럼 평화롭고 행복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카약을 타고 섬을 돌다가 파도가 잔잔해서 잠깐 누워서 하늘을 봤다. 하늘과 바다뿐이었다. 그건 아주 잠깐이라고 생각했다. 몸을 일으켜 돌아가려고 봤는데, 섬이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떠밀려 왔다. 분명 파도가 없었지만, 바다는 금세 나를 멀리 보냈다. 섬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쉼 없이 노를 저어야만 했다. 그래도 다른 세상에 갔다 온 것만 같아 기분이 붕 떠 있었다. 이곳마저 다른 세상 같았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현실로 돌아갔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할 때면 느낀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구나. 카요 레반타도에서 보낸 며칠이 꿈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한국으로 돌아가면 또 과거의 여행이 꿈처럼 느껴질 것이다.

강주미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