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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유수 노작가의 소설로도 못다한 얘기 담아

입력 : 2014-12-18 20:43:42 수정 : 2014-12-18 20: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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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인터뷰 모음집 ‘시선’ “소설을 아무리 길게, 많이 써도 그것으로 다 못한 이야기는 있게 마련이다. 그건 소설이라는 형식의 제약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여러 국면으로 복잡다단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 동원된 여러 국면의 내 얘기들은 나의 문학론이기도 하고, 사회 인식이기도 하고, 민족사에 대한 견해이기도 하고, 사회 인식이기도 하고, 인간다운 세상을 향한 염원이기도 하다.”

다양한 매체와 나눈 인터뷰 모음집 ‘조정래의 시선’(해냄) 서문에서 소설가 조정래(71·사진)가 토로한 말이다. 조정래의 ‘웅변’은 소문난 실력이다. 그의 말은 말 그대로 청산유수여서 그대로 옮겨 적기만 해도 문장으로도 손색없는 솜씨로 정평이 나 있다. 말솜씨는 그러하되 ‘문학과 우리의 역사 그리고 사회적인 긴급한 문제’에 한해서만 발언한다는 소신을 지켜온 그로 하여금 책 한 권 분량의 말을 쏟아내게 만든 세목들이 궁금하다.

그는 “비인간화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가속화할 텐데 그런 시대에서 ‘작가란 무엇을 할 것인가’, 이것이 21세기를 사는 공통된 화두”라고 제시하면서 “작가들이 자본과 비인간화의 문제, 재벌들의 횡포와 반사회적 행태, 자본의 공룡화와 절대다수 인간 소외, 이런 문제들을 응시하고 투시해야 하는 것은 시대적 필연”이라고 강조한다. 베스트셀러 행진을 구가해온 ‘정글만리’의 처음 제목이 ‘붉은 땅 푸른 꿈’이었다는 고백도 흥미롭다. 사회주의 체제로 자본주의 꿈을 꾼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빨간색은 중국공산당의 상징색이고 중국 사람들이 싱징적으로 좋아하는 색깔이기 때문이다. 100여개의 제목을 짓고, 지우고를 되풀이했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왜 ‘정글만리’인지 궁금해 합니다. 어느 ‘정글 탐험기’로 알고 사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런 분도 읽다 보면 중국이라는 자본주의 시장 정글을 만나게 되겠지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계의 기업들이 우리 남한의 100배 크기인 중국 대륙에서 총소리 나지 않는 경제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망망대해의 인간 정글, 그것이 14억 중국시장이었습니다.”

문단 ‘정사’에 소개되지 않은 ‘야사’는 덤이다. 스승인 동국대 교수 미당 서정주에게 조정래가 찾아가 “민족과 역사에 대하여 내가 죄인이니 속죄한다고 쓰십시오”라고 쓰라고 권했더니 “미당 선생은 대로해서 두 시간 동안이나 저를 꾸짖었다”고 고백한다. ‘한국문학’ 편집을 맡았던 그가 1985년 해방 40주년 특집으로 일제 강점기 친일의 글을 썼던 문인들에게 당시의 정황을 고백하고 사죄하는 기획을 마련했을 때 미당도 그 대상에 포함했던 것이다. 조정래는 “폭포처럼 쏟아지던 분노를 접하고 어떠한 말로도 그분을 설득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한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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