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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의 아픔 휴머니즘으로 풀다

입력 : 2014-12-18 22:04:31 수정 : 2014-12-18 22: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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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어울리는 따뜻한 뮤지컬 2편… ‘라카지’ & ‘킹키부츠’ 뮤지컬 장르에서 성소수자라는 소재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국내에서도 올해에만 이미 ‘프리실라’,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 다양한 작품이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직간접으로 다뤘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가슴속 깊숙이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그들의 삶이 춤과 노래, 삶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야 하는 뮤지컬과 잘 맞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 작품은 성소수자의 아픔 너머로 인간 본연의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아낸 대중문화예술이기도 하다. 이번 겨울에도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은 두 편의 뮤지컬 ‘라카지’와 ‘킹키부츠’가 공연되고 있다. 독특하지만 한편으로는 보편적인 인간적 메시지를 담아낸 따뜻한 이야기라 겨울이라는 계절에 어울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 ‘라카지’


인간이 가진 본성 중 가장 강력한 것이 ‘모성애’라고 했다.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때로는 괴력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모성이 반드시 몸으로 낳아야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에게도 핏줄로 이어진 어머니를 능가하는 사랑을 준다. 설사 그 어머니가 여성이 아니라도 말이다.

‘라카지’(사진왼쪽)의 주인공은 프랑스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게이클럽 ‘라카지 오 폴’의 탑가수인 마담 자자. 사실은 앨빈이라는 이름의 게이 남성인 그는 클럽의 운영자인 조지와 오랫동안 부부의 연을 이어가고 있다. 둘은 장미셸이라는 이름의 사내아이를 입양해 사랑으로 20년 동안 키워오기도 했다. 그러던 중 대학에 다니던 장미셸이 폭탄선언을 한다. 게이를 증오하는 극우 정당지도자 에두아르 딩동의 딸과 결혼을 하겠다는 것. 아들을 무사히 결혼시키기 위해 조지와 앨빈은 어머니인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조지의 가족을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기본적으로 웃고 즐기는 유쾌한 소동극이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극우주의자 딩동과 모든 다양성이 인정되는 앨빈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충돌은 끊임없는 웃음을 자아낸다. 앨빈과 조지뿐 아니라 자코브, 딩동 부인 등 조연 캐릭터들도 우스꽝스러운 대사와 몸짓으로 관객의 흥을 돋운다.

하지만 작품은 밑바닥에 강한 모성애의 정서를 깔고 있다. 모든 소동은 비록 자신의 몸으로 낳지 않았지만 ‘가슴으로 낳은’ 아들인 장미셸의 행복을 위한 것이기 때문. 자식의 행복을 위해 20년간 지켜온 어머니의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오며 앨빈이 부르는 처열한 노래는 그래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그리고 온갖 소동 끝에 이들의 이야기가 그럴듯한 해피엔딩으로 끝났을 때 절로 손뼉을 치게 된다. 앨빈을 연기하는 정성화, 김다현 등이 빛을 발하는 작품. 내년 3월8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6만∼13만원. 1666-8662

◆‘킹키부츠’

킹키부츠의 무대는 불황이 극에 달한 영국 교외의 도시 노샘프턴. 아버지의 죽음으로 졸지에 원치 않는 구두공장을 이어받게 된 찰리가 드래그퀸(여장남자)인 롤라를 만나 킹키부츠를 만들면서 위기에 빠진 공장을 구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 속 주요 소재이자 제목이기도 한 킹키부츠는 드래그퀸들이 신는 남성용 신발. 높은 굽과 화려한 색 등 여성용 부츠의 외양을 지녔지만 남성이 신어야 하기에 무거운 무게도 지탱할 수 있는 강인함이 필수적이다. 이 독특한 부츠를 만들면서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찰리와 롤라, 그들과 반목하던 공장의 사람들이 모두 열린 사람으로 변해간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이 변화의 이야기와 함께 뮤지컬에 어울리는 유쾌한 성공담을 엮었다.

따뜻하고 기분 좋은 이야기에 최신 브로드웨이 음악이 결합된 작품이다. 뮤지컬의 작곡자는 마돈나와 함께 80년대 팝계를 양분했던 탑가수 신디 로퍼.

발랄한 댄스가수로만 그녀를 기억했던 사람들에게 작품의 음악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듯하다. 유려하고 신나면서도 21세기 트렌드를 놓치지 않은 음악이다. ‘아. 내가 지금 21세기 최신 음악을 듣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드래그퀸이라는 소재를 제외하고는 조금 낡은 듯한 느낌이 드는 스토리라인에도 불구하고 2013년작이라는 작품의 출생연도를 새삼 느끼게 하는 것은 온전히 음악의 힘이다. 내년 2월22일까지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5만∼14만원. 1544-1555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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