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53년 만의 美·쿠바 ‘역사적 화해’, 北은 어찌 보나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14-12-18 21:18:53 수정 : 2014-12-27 14:59:1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미국과 쿠바가 국교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으로 쿠바에 공산정권을 수립한 뒤 미국 기업 재산을 몰수하면서 1961년 국교를 단절한 지 53년 만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특별성명을 통해 “미국은 쿠바 관계에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역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는 쿠바와의 외교관계 정상화 협상을 즉시 시작할 것을 지시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로 양국관계 정상화를 논의했다”고 했다. 쿠바에서 간첩활동을 한 죄로 2009년 수감됐던 미국인 앨런 그로스도 석방했다.

양국은 국교 정상화 추진으로 50여년간 서로를 향해 굳게 걸었던 빗장을 일시에 풀고 있다. 조만간 워싱턴과 아바나에는 대사관이 열린다. 경제교류 확대는 물론 의료, 마약 퇴치, 환경 보호, 인신매매, 재난 대응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미국의 봉쇄 조치로 국제적 고립을 면치 못한 쿠바로서는 얻는 과실이 적지 않다. 여행·금융 규제 완화, 투자 확대, 테러지원국 해제와 같은 조치는 국가 재건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목숨 건 탈출을 감행하는 쿠바 해상 난민도 줄어들게 된다. 합법적인 이민이 가능해지는 탓이다.

두 나라의 적대관계 청산은 세계 조류가 개혁과 개방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재확인해 주고 있다. 미국은 봉쇄 정책을 포기했고 쿠바는 개혁·개방으로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나라를 실패한 국가로 몰아붙이는 정책보다 개혁을 지지하고 독려하는 것이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형인 피델 카스트로에게서 정권을 물려받은 라울 카스트로 의장은 2008년 취임 뒤 실용주의 정책을 펴왔다. 자영업 허용, 경제특구 개발, 외국인투자 확대와 같은 개혁·개방 노선을 추구하며 국가경제를 자본주의시장 체제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미국· 쿠바의 국교 정상화로 이제 세계의 눈은 북한으로 쏠리고 있다. 쇄국정책을 고수하며 고립을 자초했던 미얀마도 개혁·개방의 길을 걷고 있다. 이란도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며 개방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북한이 ‘형제 국가’라고 부르는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마저 마침내 미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북한만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을 굳게 잠근 채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핵무기를 앞세워 ‘체제 고수’에 매달리는 북한은 미국과 쿠바의 화해를 어찌 보고 있는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