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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쿠바, '53년 냉전' 청산 배경은

입력 : 2014-12-18 19:15:15 수정 : 2014-12-18 23: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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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세기 ‘견원지간’… 정치적 이해 맞아 손잡았다 미국에서 쿠바를 여행하려면 캐나다나 멕시코 등지를 거쳐 가야 한다. 미국의 적성국인 탓에 쿠바 정부는 여행객 여권에 출입국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지난 반세기 쿠바는 미국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미국은 쿠바에 경제봉쇄 조치를 가해 못 먹고 못살게 하는 원수 국가였다.

그런 양국이 역사적인 국교 정상화에 나서기로 한 데에는 서로 정치적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2기 후반기를 맞아 정치적 업적을 남겨야 할 필요성이 있다. 중남미 국가는 물론 유럽연합(EU)조차 쿠바와의 관계 개선에 나선 상황에서 쿠바에 대한 봉쇄정책의 실효성도 떨어졌다. 1961년 미국과 단교 이후 단행된 금수 조치로 경제상황이 악화할 대로 악화한 쿠바는 미국과 관계 개선이 절실했다. 미 행정부가 바뀔 때마다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 유지 및 해제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며 수위에 다소 변화가 있었지만 근본 틀은 바뀌지 않았다.

53년 만에 화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7일(현지시간) 각각 워싱턴과 아바나에서 양국 국교 정상화를 선언하는 특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오바마의 ‘승부수’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이민개혁 행정명령 발동, 미 중앙정보국(CIA) 테러 용의자 고문실태 공개 등에 이어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11·4 중간선거 참패로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내주면서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예상됐으나 정치적 업적을 남기기 위한 정책을 과감히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쿠바와 관계 정상화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소속 민주당에도 절대 불리하지 않은 선택이다. 최근 이민개혁 행정명령과 더불어 미국 내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쿠바계를 껴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독재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선택을 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성명을 내 “잔인한 독재자에게 어리석은 양보를 해준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주인 중 내 생애 최악의 협상가”라며 “의회는 쿠바 경제제재 조치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내년 1월 구성되는 새 의회에서 상·하 양원 다수당 지위를 활용해 국교 정상화 조치에 제동을 거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교 관계는 행정부 권한이라 의회가 실질적으로 크게 제동을 걸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인 손 꼭 잡은 미국인 미국·쿠바 국교 정상화 합의로 쿠바에서 석방된 앨런 그로스(왼쪽)가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있는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 부인과 손을 잡고 들어서며 활짝 웃고 있다. 그로스는 2009년 12월 쿠바 아바나에 있는 유대인 단체에 인터넷 장비를 설치하려다 간첩 혐의로 체포돼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협상 물꼬 튼 포로 교환


양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힌 건 상대국에 붙잡힌 포로였다. 미 국무부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의 하도급업체 직원이던 앨런 그로스(65)는 2009년 12월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불법 인터넷 장비를 반입해 유대인 단체에 설치하려 한 죄로 체포됐다. 애초 간첩 혐의로 기소된 그로스는 2011년 쿠바의 자주성과 영토 보전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17일 미국으로 돌아온 그로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복역하는 동안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양국이 상호 적대적인 정책을 뛰어넘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관계 정상화를 지지했다.

쿠바인 5명은 1998년 미 플로리다주에서 망명 인사를 대상으로 간첩활동을 한 죄로 붙잡혔다. 이들은 쿠바에서 ‘영웅’으로 불리며 국영언론을 통해 연례적으로 조명되고 학생들은 그들의 이름을 배우고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 동원됐다. 이 중 레네 곤살레스가 지난해 석방돼 쿠바로 돌아간 데 이어 지난 2월 페르난도 곤살레스가 풀려났다. 미국과 쿠바는 이번에 그로스와 이들 3명을 맞교환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과 쿠바는 외교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협상에 나서고 수개월 내 아바나에 미 대사관을 여는 등 과감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실무진의 협상을 거친 후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통화해 최종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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