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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쿠바와 국교수립 추진…北외교 치명타

입력 : 2014-12-18 19:15:50 수정 : 2014-12-18 22: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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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믿고 의지했던 ‘우군’ 상실… 성사 땐 외교 고립 가속 미국에 이어 우리 정부가 쿠바와 국교 수립에 성공하면 북한 외교는 치명상을 입을 전망이다. 쿠바는 1960년 북한과 수교한 뒤 반세기 동안 국제사회에서 줄곧 북한을 옹호해온 몇 안 되는 북한 우군(友軍) 중 하나다.

쿠바는 원래 1949년 대한민국 정부를 승인한 우리의 단독 수교국이었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혁명 성공 후 쿠바는 우리와 국교를 단절하고 이듬해인 1960년 북한과 국교를 맺었다.

쿠바 대표단 만나는 김영남 김영남(오른쪽)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012년 9월 평양을 방문한 쿠바 군사대표단 대표와 만나 북·쿠바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북·쿠바 관계는 이후 형제로 불릴 정도로 깊은 유대관계를 유지해왔다. 양자 모두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면서 미국과 공동으로 맞섰다. 1962년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려다 미국의 봉쇄로 포기한 쿠바 사태 때는 북한과 쿠바가 소련의 대미 타협주의를 비판했다. 북한과 쿠바는 미·소 대결, 중· 소 갈등의 시기에 강대국 틈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내며 동지애를 키웠다. 카스트로는 1986년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만나 양자 우호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기도 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처리 과정에서 쿠바는 언제나 북한 편을 들었다. 2005∼2011년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표결 처리될 때마다 쿠바는 반대표를 던졌다. 올해 유럽연합(EU)과 일본이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내놓자 관련 문항을 삭제하는 수정안을 제출한 것도 쿠바다. 이런 쿠바가 미국에 이어 우리와도 국교를 정상화하면 북한이 느낄 고립감과 상실감은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표현했던 ‘착잡한 심정’에 버금가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엔 193개 회원국 중 우리와는 외교관계를 맺지 않은 북한 단독 수교국은 쿠바, 시리아, 마케도니아 3개국에 불과하다. 그중에서 제3세계 등 국제사회에서 발언력이 가장 큰 나라는 쿠바다.

북·쿠바 관계를 감안하면 한·쿠바 수교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도 이번 국교 정상화 선언까지 쿠바와 1년여 동안 협상을 해왔다고 하고, 쿠바가 북한의 입장을 고려할 수 있으니 우리와 미국의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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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쿠바 국교 정상화는 결국 시간문제라는 게 정부 내 분위기다. 그동안 미·쿠바 갈등 상황과 북·쿠바 우호관계가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막아왔는데 전자의 걸림돌이 치워졌기 때문이다.

북·쿠바 우호관계를 이끌었던 김 주석 사망 후 인적 유대의 고리도 점점 약화되고 있다. 정책노선도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북한은 김일성-정일-정은의 3대 세습체제를 기반으로 여전히 이념적 성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반면 피델 카스트로의 후계자이자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념보다는 민생 위주의 정책을 전개해 쿠바의 덩샤오핑(鄧小平)으로 불리고 있다. 실제 라울은 덩샤오핑의 중국 개혁·개방 정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쿠바와의 수교를 시야에 둔 관계 개선 노력을 전개해왔다. 지난 5월에는 쿠바 차관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일레아나 누녜스 쿠바 대외무역부 차관이 방한해 주목을 받았다. 코트라는 2005년 쿠바 수도 아바나에 무역관을 개설해 양국 간 교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류 덕분에 쿠바 내에서 북한보다 한국에 대해 더 우호적인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것도 한·쿠바 관계 개선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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