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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진당 해산’ 헌재 결정, 성숙 사회 가는 디딤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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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9 21:17:33 수정 : 2014-12-27 14: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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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어제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통진당 국회의원 5명의 의원직도 박탈됐다. 헌재 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이다.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이 ‘인용’을 결정한 8대 1의 압도적 결정이었다.

‘정당 해산’ 결정은 한반도 분단 상황이 이어지는 한 헌정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 결단이다. 대한민국은 개인과 정당 활동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이지만 그렇다고 자유를 파괴할 자유, 폭력 혁명을 획책할 자유까지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헌법상 정당 해산 조항에 있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외연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다수 사회구성원도 동의할 평가다.

헌재는 “통진당 주도 세력은 우리 사회가 거꾸로 된 사회라는 인식을 가졌다”며 “폭력을 행사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헌법 제정에 의한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해 집권한다는 입장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또 통진당의 진정한 목적과 활동에 대해 1차적으론 진보적 민주주의, 최종적으론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것으로 봤다.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정당 해산 결정은 법익이 충돌하는 민감한 문제다. 헌재는 “정당 해산 결정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법익은 통진당 정당 활동 자유의 근본적 제약이나 민주주의의 일부 제한이라는 불이익에 비해 월등히 크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김미애 오병윤 이상규(지역구 3명), 김재연 이석기(비례대표 2명) 등의 의원직 상실도 결정했다. 헌재는 “통진당 의원들이 의원직을 유지한다면 실질적으로는 통진당이 계속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온다”며 “정당 해산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원직 상실을 선고했다”고 했다.

헌재 결정은 야누스 얼굴과 같다. 밝은 면이 있다면 어두운 면도 있다. 특히 정당의 자유와 정치적 결사 자유에 대한 제약을 가져올 잠재성이 있는 점은 경계할 대목이다. 그러나 분단국가 현실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창당 3년 만에 공중분해 운명을 맞은 통진당의 이정희 대표는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선고이자 테러”라고 했다. 동의하기 어렵다. 어제 결정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유민주체제를 위협한 통진당 세력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가의 존립과 안전, 개인과 정당 활동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어찌 맞춰나갈지는 범사회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공은 일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넘어갔다. 정당 등록말소, 국고보조금 환수,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의 실무 절차를 잘 마무리해야 한다. 법무부 등은 통진당 잔여세력이 지방정가에 남게 된 모순을 조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헌재는 어제 국회의원 의원직 상실까지만 결정했다.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따라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34명 등 통진당 소속 지방의원 37명은 지방정가를 계속 누빌 수 있는 상황이다. 시정해야 한다. 법원 또한 이석기 재판을 속히 완결지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 50∼60년 전만 해도 세계 최빈국 신세였던 대한민국은 산업화를 초고속으로 달성했고 ‘87년 체제’를 통해 민주화까지 이룩했다. 국가 외형으로만 보면 선진국 문턱을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성숙한 자유민주사회까지 갈 길은 아직 멀다. 헌재 결정을 초석으로 삼아 성숙한 사회를 일궈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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