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장갑나무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입력 : 2014-12-19 20:21:55 수정 : 2014-12-19 20:21: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추운 겨울 앙상하게 홀로 서 있는 나무
할머니는 버려진 장갑들을 나뭇가지에 달아줍니다
윤여림 글/이갑규 그림/웅진주니어/1만1000원
장갑나무/윤여림 글/이갑규 그림/웅진주니어/1만1000원


“이제 보기 좋구나. 장갑나무야, 잘 지내거라.”

언덕 위, 잎 하나 없이 서 있던 나무 한 그루가 어느새 각양각색 장갑을 풍성하게 매달고 있다. 오도동통 할머니가 큼지막한 보따리를 짊어지고 언덕을 올라, 보따리 안에 있던 짝 잃은 장갑, 버려진 장갑 등을 나뭇가지에 어지럽게 펼쳐 놓았다.

나무에 걸린 장갑들이 바람 따라 달랑달랑 흔들린 지 사흘이 지났을 때, “에취” 하는 소리와 함께 감기 걸린 돼지 삼 형제가 나타난다. 형제는 껑충껑충 뛰더니 나무 위 걸려 있던 장갑을 가져와 아픈 목, 머리, 콧물 나는 코에 하나씩 낀다. “아, 이제 따뜻하다.”

장갑의 다양한 쓰임새를 묘사한 그림이 인상적인 ‘장갑나무’는 쓸모없는 듯 보이는 장갑으로 겨울을 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웅진주니어 제공
장갑나무에 걸린 장갑은 이렇게 동물 친구들에게 사랑받는 선물이 된다. 코뿔소는 부러진 뿔 위에 탄탄한 권투 장갑을 하나 쓴다. 타조는 목에다 구멍난 멋쟁이 장갑 하나를 감고 “이러니까 예쁜걸” 하고 기뻐한다. 닭, 사슴, 토끼, 카멜레온, 까치, 거북 등 온갖 동물이 모여들어 장갑나무 앞에 줄을 서서 장갑을 거둬 간다.

나무 위 장갑은 이제 몇 개 남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겨울이 지나고 꽃잎 날리는 봄이 찾아온다. 이때 오도동통 할머니가 돌아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란다. “장갑이 몇 개 안 남았네?”

그 말 한마디에 나무 위 장갑에선 겨울잠을 자던 곤충이 기지개를 켜며 나온다. 다람쥐는 서둘러 달려와 겨울에 숨겨 둔 도토리를 찾아간다. 할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 즐겁게 웃는다. “장갑나무가 그동안 잘 지냈구나.”

책은 버려진 물건을 모아 새 생명으로 만드는 오도동통 할머니와 나무에 매달린 장갑을 저마다 방식으로 활용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며 재미를 선사한다. 또 다양하게 활용되는 장갑을 사랑스럽게 그린 삽화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이야기는 윤여림 작가가 어린 시절 읽은 로버트 월터의 ‘장갑나무’라는 단편 동화를 새롭게 다시 쓴 것이다. 원작은 외로운 할머니가 우연히 주운 장갑 한 짝을 나무에 걸었다가 그것을 본 사람들이 모두 쓸모없어진 장갑 한 짝을 나무에 걸게 돼, 장갑나무가 동네 명물이 된다는 내용이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