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움·배고픔 딛고 ‘슈틸리케號 해결사’ 꿈꾼다

입력 : 2014-12-19 20:43:05 수정 : 2014-12-19 23:18:1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생애 첫 대표팀 승선 ‘혼혈 태극전사’ 강수일
“국가대표 유니폼, 다시는 벗고 싶지 않아요.”

생애 처음으로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혼혈 태극전사’ 강수일(27·포항 스틸러스·사진 오른쪽)의 무기는 설움과 배고픔이다. 강수일은 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선수다. 15일 대표팀이 제주도 전지훈련에 소집됐을 때에도 그의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피부색이 눈에 띄었다.

그가 축구를 시작한 계기는 설움과 맞닿아 있다. 강수일은 어렸을 때 싸움꾼이었다. 혼혈인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싫었고, 친구들의 눈빛조차 마음에 들지 않아 반항심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싸움을 잘한다는 아이를 혼내주려고 인근 동두천초등학교에 쳐들어갔다. 학교 선생님은 둘에게 달리기 시합을 시켰고, “달리기를 잘한다”는 말을 들은 강수일은 축구를 시작하게 됐다.

눈만 마주쳐도 주먹을 휘둘렀던 소년은 축구를 접한 뒤 몰라보게 달라졌다. 유년 시절 아버지가 고국으로 떠난 뒤 홀어머니 밑에서 힘겹게 축구의 꿈을 키워왔다. 그제야 어머니의 사랑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는 합숙비를 낼 형편이 못 돼 아들이 다니는 학교 축구부 숙소에서 밥과 청소를 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그에게 삶의 전부였고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됐다.

강수일이 프로 입문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2006년 4월 미국프로풋볼(NFL)에서 성공한 한국계 하인스 워드와의 만남이었다. 워드가 금의환향해 마련한 ‘하인스 워드와 함께하는 혼혈아동 희망 나누기’ 행사에서 강수일은 워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도 성공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됩니까.” 워드는 “목표를 높이 세우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기도하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강수일은 같은 해 말 의정부 집에서 전철로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까지 출퇴근하며 3주 동안 프로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왕복 6시간을 길에서 보내느라 점심을 못 먹고 뛴 적도 많았다. 하지만 홀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려야 한다는 일념에 전혀 힘들지 않았다.

강수일은 드래프트에서 번외지명을 받았다. 유연성이 빼어난 데다 스피드마저 좋아 적잖이 주목받았지만 순위에 들지 못했다. 연봉 역시 12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강수일은 “프로에 온 것만으로 만족한다”며 워드의 말처럼 목표를 높이 잡았다.

프로 초창기 돈을 아끼려고 선수단 숙소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을 모두 어머니께 드리는 ‘효자 선수’로 이름났다. 하지만 정작 K리그 성적은 좋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단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올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포항으로 임대돼 황선홍 감독의 조련을 받은 강수일은 비로소 진가를 발휘했다. 자신의 프로 최고 기록인 6골3도움을 올렸고 대표팀에 당당히 승선했다. 이동국(전북 현대), 김신욱(울산 현대) 등이 부상으로 2015 호주 아시안컵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여서 그에게 걸린 기대는 높다.

하지만 아직 그가 ‘진짜 국가대표’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제주 전지훈련이 끝난 뒤 22일 아시안컵 대표팀 23명의 최종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서 그의 이름이 호명돼야 결전지인 호주로 떠나 꿈꾸던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설 수 있다. 강수일은 “내가 가진 것은 배고픔과 절실함밖에 없다”며 태극마크를 향한 전의를 불태웠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청아 '시선 사로잡는 시스루 패션'
  • 이청아 '시선 사로잡는 시스루 패션'
  • 김남주 '섹시하게'
  • 오마이걸 효정 '반가운 손 인사'
  • 손예진 '따뜻한 엄마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