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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자유'의 개념을 왜곡하고 타락시켰나

입력 : 2014-12-21 14:43:27 수정 : 2014-12-21 14: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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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란 무엇인가/박홍규 지음/문학동네/2만원
한국에서 ‘자유’란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다. 권력이 국민 개개인에게 분산되지 않고 국왕한테 집중된 권력구조를 오랫동안 유지해 온 탓이다.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정권을 거치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각종 기제는 한층 철저하고 공고해졌다. 지배자들은 자유와 방종(放縱)을 엄격히 구분하며, “방종은 나라를 망치는 독소”라고 을러댔다. 아주 기본적인 자유의 누림조차 방종으로 단정해 찍어 누르겠다는 위협이다.

 이처럼 자유가 한국인에겐 아직도 낯선 개념인 만큼 저자는 자유의 연원을 찾아 멀리 서양으로 떠난다. 책은 자유라는 개념에 깔린 서구 제국주의의 그림자를 폭로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서구 역사에서 자유란 노예 혹은 노예 상태와 대립되는 개념이다. ‘백인은 자유인. 흑인 등 유색인종은 노예’라는 인식을 담고 있다. 이는 백인의 우월을 강조하는 인종주의로 이어져 제국주의 침탈을 낳았다.

 이처럼 그릇된 우월 의식에서 비롯한 자유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전체주의의 몰락, 민주주의의 확산에 힘입어 한반도에 상륙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자신이 이끄는 정당 이름을 ‘자유당’이라고 지을 만큼 자유에 집착했다. 하지만 그가 그토록 강조한 자유는, 자유를 누릴 만한 여력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자유였다. 즉 부자와 권력자만이 자유의 주체가 될 수 있었다. 그렇지 못한 이들이 자유를 외치면 곧바로 철퇴를 맞았다.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이승만의 자유 개념 역시 서구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이처럼 한국에서 통용된 자유 개념의 문제점을 지적한 저자는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자유로 ‘상관 자유’의 개념을 제안한다. 우월감과 독단이 아니라 서로의 관련됨, 상관을 중시하는 것이 바로 상관자유론이다. 이는 한마디로 공존할 자유, 공생할 자유를 뜻한다. 자연과 인간, 개인과 집단, 국가를 아우르는 사해동포주의(cosmopolitanism)에 가깝다.

 그렇다고 책이 종교적 가치를 옹호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건 아니다. 저자는 자유가 ‘소수 부자만의 것’으로 있는 한 ‘맘껏 소유하고 소비하는 것’을 자유라고 여기는 그릇된 풍토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여긴 듯하다. 물론 남의 것을 빼앗을 자유도 자유는 자유다. 하지만 남의 눈치 안 보고 자기 양심에 따라 어려운 타인을 도울 자유가 한층 차원이 높은 자유다. 책은 자유에도 클래스(class)가 있음을 새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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