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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사회단체 내세운 익명 선거자금… 美 정치판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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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21 20:12:38 수정 : 2014-12-21 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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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람하는 정치외곽단체
미국 연방 대법원이 2010년 기업, 노조, 개인, 비영리 단체 등의 정치 광고를 무제한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 정부는 또 자선 단체, 교회 등 종교 기관, 사회 복지 기관, 비정부 기구 등의 수입에 대해 소득세 면세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당 밖에서 실질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는 정치 외곽 단체들이 무수히 등장하고, 익명의 정치 또는 선거 자금 기부자가 폭증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정치 외곽 단체의 현황을 심층 진단해 본다.


슈퍼팩(Super PAC)은 선거 캠프에 직접 참여하는 정치행동위원회(PAC)와는 달리 외곽에서 특정 후보와 정당을 지지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이다. 이 슈퍼팩은 합법적으로 무제한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의 2010년 판결로 슈퍼팩이 미국 금권 정치를 선도해왔다. 그러나 슈퍼팩은 정치 또는 선거 자금 기부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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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의 ‘큰손’이 슈퍼팩을 이용하면 자신의 기부금 액수 등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바로 이런 제약 때문에 큰손은 얼굴 없이 정치판을 좌지우지할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거액의 정치 자금 기부자, 기업, 특정 이익 단체 등은 이제 ‘사회복지단체’를 앞다퉈 만들어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로 등록된 이 같은 기관은 소득세를 내지 않을 뿐 아니라 기부자의 기부금 제공 현황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이나 기업인이 익명으로 정치 외곽 단체에 제공하는 ‘다크 머니’ 가 미국의 금권 정치를 조장하고 있다.

비영리단체는 기본적으로 환경 운동 등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결성된다. 이 때문에 정치 활동을 목적으로 한 단체나 기관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그러나 비영리단체가 이제 정치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단체가 표방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결국 정치권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비영리단체의 정치 활동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에 속한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문제는 처음부터 정치 활동을 목적으로 결성되고, 운영되는 비영리단체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영리 단체도 특정 이슈 옹호를 명분으로 정치 광고를 내보내거나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외곽에서 지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어 거액의 정치 자금 기부자가 슈퍼팩과 함께 비영리단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의회 전문지 CQ 리서처에 따르면 2006년 의회 선거에서 비영리단체의 정치 광고 지출액은 520만달러(약 56억94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0년 선거에서는 1억3560만달러로 늘어나고, 2012년 대선에서는 3억달러(약 3290억원)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 11월 실시된 중간선거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비영리단체의 정치 자금이 살포됐고, 2016년 대선에서도 사상 최고 기록 행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CQ리서처가 지적했다.

비영리단체가 기부자와 기부금 모금 현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세금 면제 혜택을 받으면서 버젓이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을 정부가 규제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이들 비영리단체의 정치 활동을 감시하는 또 다른 비영리 단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감시 단체가 익명의 기부자를 추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특히 비영리단체는 거액의 기부자 한 두 명과 다수의 소액 기부자로 구성돼 있는 게 일반적이다. 거액의 기부자가 자신의 정치 지원 활동을 숨기려고 소액의 기부자를 끌어들여 실체를 위장하고 있다.

비영리단체를 이용하는 거액의 정치 자금 기부자는 보수 이념이나 공화당 지지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단체의 정치 활동을 감시하는 민간 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부자가 가려진 1억6920만달러의 비영리단체 자금 집행 명세를 추적한 결과 이 돈의 73%가 공화당 쪽 지원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기부자를 공개해야 하는 슈퍼팩 모금액은 진보 진영이 보수 진영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가 올해 초부터 11월5일까지 슈퍼팩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자금 집행 명세를 보면 진보 슈퍼팩이 1억7610만달러, 보수 슈퍼팩 1억4490만달러에 비해 3120만달러 더 많았다.

거액의 정치 자금 기부자는 공화당 지지자가 많고, 이들이 슈퍼팩 대신에 비영리단체를 이용한 정치 지원 활동을 선호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에서 정치 자금은 아무리 틀어막아도 어디론가 흘러간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금권 정치의 폐해로 인해 또 한 번의 정치자금법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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