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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콘텐츠, ‘포맷’ 수출보단 수익 창출 목표로 삼아야”

입력 : 2014-12-21 20:59:32 수정 : 2014-12-22 07: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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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방송 한류를 위한 지식재산 보호 전략 세미나’
언제부턴가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라는 푸념이 들려온다. K-팝과 드라마로 대표되는 한류 콘텐츠가 중국시장에서 인기를 누리는 건 좋은데, 그에 따른 수익을 한국보다 중국이 훨씬 더 많이 차지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2004년 출간된 그림책 ‘구름빵’이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4400억원 상당의 부가가치를 창출했음에도 잘못된 저작권 계약 탓에 저자는 원고료 1850만원만 손에 쥔 이른바 ‘구름빵 사건’에서 드러난 모순이 한류 콘텐츠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공동위원장 정홍원·윤종용) 주최로 지난 18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글로벌 방송 한류를 위한 지식재산 보호 전략 세미나’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고, 방송 한류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 대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관련 학계와 업계, 법조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방송 한류 콘텐츠 중에서도 요즘 특히 화제가 되는 방송 포맷의 수출 현황과 보호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포맷이란 시리즈 형태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변하지 않고 꾸준히 지켜지는 핵심 구성 요소를 뜻한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완전히 색다른 프로그램을 만드는 ‘모험’에 뛰어들기보다 이미 상당한 성공을 거둔, 그래서 ‘충분히 검증된’ 프로그램의 핵심 구성 요소를 빌려 쓰는 게 훨씬 안전할 수 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포스터. 이 프로그램을 만든 CJ E&M은 미국 방송사에 포맷을 수출하기 위한 협의를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03년 KBS가 ‘도전 골든벨’의 포맷을 베트남 방송사에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우리 방송 프로그램 포맷의 해외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2013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445편이었던 방송 포맷 수출 건수는 2012년 1002편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수출 금액도 101만5000달러(약 11억1600만원)에서 129만8000달러(약 14억2700만원)로 증가했다.

편수는 두 배 이상 늘었는데 액수 증가율은 30%에도 채 못 미친 점이 눈길을 끈다. 국내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가가 그만큼 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방송 포맷의 저작권 보호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교수는 “지금까지는 국내 포맷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면, 앞으로는 포맷 거래를 통해 실질적인 콘텐츠 판매 수익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며 “그를 위해선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포스터. 인도네시아의 한 방송사가 리메이크 계약도 없이 이 드라마를 그대로 본뜬 작품을 만들어 물의를 빚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실제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그대로 본뜬 작품이 인도네시아에서 제작되고, 중국 후난TV는 우리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보내는 등 포맷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다만 방송이란 특수한 영역에서 벌어진 문제를 일반 법원에 맡겨 해결토록 하는 건 한계가 있다. 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방송을 모르는 직업 법관보다 방송업계 전문가들이 분쟁을 판단하는 게 긍정적일 수 있다”며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조정 절차, 대한상사중재원의 지식재산권 중재 제도 등의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포스터. 중국 동방위성TV는 이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해 ‘화양예예’란 프로그램을 만들어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방송했다.
최근 방송 포맷 수출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CJ E&M이다.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더 로맨틱’ 등의 포맷을 중국에 수출해 해당 프로그램의 중국 버전이 이미 방송됐거나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CJ E&M 황경일 부장은 “방송 포맷 수출 활성화를 위해선 제작팀에서 생산하는 각종 기획안을 아이디어 수준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중국시장을 볼 때도 단기적 이익의 대상이 아닌,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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