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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멍 뚫린 국가안보… ‘원전 테러’ 협박 전면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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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21 22:25:14 수정 : 2014-12-27 14: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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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 해킹 사태가 심상치 않다.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문서가 또다시 인터넷에 공개됐다. 벌써 네 번째다. ‘원전반대그룹 회장’이라고 밝힌 범인은 어제 압축파일 4개를 트위터에 올렸다. 고리 2호기와 월성 1호기 관련 내부 문서, 원전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인 MCNP5와 BURN4 매뉴얼을 공개했다. 협박도 한다. ‘청와대 아직도 아닌 보살’이라는 제목의 트위터 협박문을 통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미공개 자료 10만여건을 공개하겠다”고 위협했다. “크리스마스에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게 안 보이면 자료 전부 공개하고 2차 파괴를 실행할 수밖에”라고 썼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전면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어제 올린 글은 한수원과 원전에 대한 공격을 예고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원전 테러’ 협박이라고 할 수 있다.

한수원은 이번 사건이 해킹에 의한 것인지조차 아직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출된 자료는 일반적 기술자료라 원전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이해하기 힘든 말만 늘어놓았다. 과연 그런가. 내부 문서가 어떤 방법으로 유출됐는지, 범인은 무엇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지 않는가. 사소한 원전 정보가 유출됐더라도 비상상황으로 인식해야 하건만 한수원 임직원 1만여명의 개인정보와 대외비 자료가 대량으로 유출되고, 원전 테러가 어떤 식으로 도발될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변명으로 일관하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아직도 아닌 보살’이라는 글에서 불길한 예감은 감추기 힘들다. ‘아닌 보살’은 ‘시치미를 떼고 모르는 척한다’는 의미다. 우리도 쓰는 말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흔하게 쓴다. 8월에는 북한 노동신문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북핵공조 발언을 비난하며, 10월에는 조선중앙통신이 대북전단을 비난하며 이 말을 썼다. 북한의 해킹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그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 제작사인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공격이 북한 소행이라고 발표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고강도 응징 조치를 예고한 마당이다.

수사당국은 한수원 문서의 유출 경로와 범인 추적에 나섰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범인이 사부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가 지방 모처로 파악됨에 따라 어제 수사관을 급파했다.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하루빨리 범인을 잡아야 한다.

이번 사태는 원전 보안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원전 안전과 국가안보를 지켜내기 힘들다. 원전 안전에 구멍이 없는지 총체적으로 재점검해 한 점 빈틈없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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