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한수원의 행태를 보면 모의훈련은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한수원 모두 초동대처가 미숙했다. 한수원이 본격적인 보안점검을 진행한 때는 이번 사태가 언론에 보도된 직후인 지난 18일 저녁이다. 사내 업무용으로 쓰는 모든 컴퓨터에 문서 자동암호화를 적용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한편 백신 검사도 진행했다고 한다.
황계식 산업부 기자 |
한수원 측은 9일 해킹 목적의 악성 코드가 담긴 메일을 받은 뒤 사이버안전센터에 신고하고, 사내 PC를 전수 점검하는 등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그러나 해킹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보안업계 지적이다. 원전은 고도의 보안이 필요한 국가 주요 시설이다.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사전에 위험을 막는 치밀한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 사건이 터지자 부랴부랴 모의훈련한다고 야단법석을 피우는 사후 보여주기식 행정으로는 국민의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황계식 산업부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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