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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급급한 한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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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22 19:33:51 수정 : 2014-12-22 19: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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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22일부터 운영 중인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모의훈련에 돌입했다. 23일까지 이틀에 걸쳐 최고 수준의 사이버 공격상황을 4가지 시나리오로 설정해 설비 이상동작 등 비상사태에 대비한다고 한다. 범인이 원전 자료를 대량으로 빼내 공개한 이면에는 사회불안 심리를 확산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원전 안전에는 이상이 없음을 확인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이번 훈련의 취지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한수원의 행태를 보면 모의훈련은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한수원 모두 초동대처가 미숙했다. 한수원이 본격적인 보안점검을 진행한 때는 이번 사태가 언론에 보도된 직후인 지난 18일 저녁이다. 사내 업무용으로 쓰는 모든 컴퓨터에 문서 자동암호화를 적용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한편 백신 검사도 진행했다고 한다. 

황계식 산업부 기자
그러나 안랩과 하우리를 비롯한 보안업체에서 원전 담당자를 대상으로 해킹 주의를 요망한다는 내용을 전파한 게 지난 10일의 일이다. 1주일이 넘도록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피할 길 없다. 이 기간 동안 외부 해킹으로 오염된 업무용 PC가 원전을 운영하는 제어 시스템과 접촉해 관련자료를 외부로 대량 유출했을지 모를 일이다. 유출 자료가 3일 동안 인터넷에 떠돌아다녔는데도 이를 방치한 것 역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한수원 측은 9일 해킹 목적의 악성 코드가 담긴 메일을 받은 뒤 사이버안전센터에 신고하고, 사내 PC를 전수 점검하는 등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그러나 해킹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보안업계 지적이다. 원전은 고도의 보안이 필요한 국가 주요 시설이다.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사전에 위험을 막는 치밀한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 사건이 터지자 부랴부랴 모의훈련한다고 야단법석을 피우는 사후 보여주기식 행정으로는 국민의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황계식 산업부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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