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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부인도 감동한 ‘환희’… 애틋한 부부愛의 결정체

입력 : 2014-12-23 20:33:15 수정 : 2014-12-23 23: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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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15일까지 서울미술관 소장품展 지난해 9월 이중섭 화백의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94·한국명 이남덕) 여사가 서울미술관을 방문했다. 일본 NHK가 ‘이중섭의 아내’ 다큐제작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서울미술관에 이중섭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황소’ 등이 소장돼 있어 촬영 장소의 하나로 선택된 것이다. 이날 마사코 여사는 남편의 작품 ‘환희’ 앞에서 오래도록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다. 서울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 회장의 ‘일본에 있는 아내를 그리며 그린 그림’이라는 친절한(?) 설명이 옛 생각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이 화백이 고향 원산에서 보낸 결혼 첫날밤의 감흥을 그린 그림으로 알고 있습니다. 먼동이 훤하게 뜰 때까지 기쁨에 찬 기분을 표현한 것이지요. 의기양양해 앞장선 수탉과 다소곳이 뒤따르는 암탉의 모습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일본에 떨어져 있는 아내를 생각하며 그린 것이지요.”

담뱃갑 은박지에 그린 그림(은지화)으로 유명한 ‘국민 화가’ 이중섭(1916∼1956)은 생활고로 일본에 건너간 부인과 두 아들에게 죽기 전까지 많은 편지 그림을 보냈다. 편지 속에서 이중섭은 “아빠는 닷새간 감기에 걸려서 누워 있지만 오늘은 아주 건강해졌으므로… 어서 전람회를 열어 그림을 팔아 돈과 선물을 잔뜩 사 갈 테니… 건강하게 기다리고 있어 주세요”라고 적기도 했다. 또 다른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선 “하루라도 빨리 함께 살고 싶소… 세상에 나만큼 자신의 아내를 광적으로 그리워하는 남자가 또 있겠소”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중섭이 아내와의 첫날밤을 생각하며 그린 ‘환희’.
“제 손을 잡는 여사님의 손이 너무 거칠었어요. 막일을 한 여인네의 손이었지요. 작가의 아내로, 그것도 일본에서 한국 남자의 아내로 살아온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가를 짐작하게 해주었습니다.”

지난 30년간 컬렉션을 해온 안 회장은 이 작품을 구입하는 데 잠시도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의 부부상으로 삼고 싶어서다.

“부부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가정의 모토가 부부사랑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 회장은 약 외판원으로 시작해 오늘에 이른 인물이다.

“비 오는 어느 날 약방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맞은편 가게에 걸린 그림 한 장이 눈에 들어왔어요. 왠지 모르게 푸근하게 다가오는 거예요. 삶은 고달팠지만 그때부터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대원 작가의 대작 ‘사과나무’도 사연이 있다. “생전에 작가는 저에게 자신의 걸작으로 ‘사과나무’와 ‘북한산’을 소개했어요. 싱그러운 사과나무에 매료돼 ‘사과나무’ 구입 의사를 밝히지만 작가는 ‘이 작품을 내 품에서 떠나보내기가 아쉽다’며 추후로 미뤘지요. 2005년 작가 별세 후 추모전에서 ‘사과나무’를 다시 만나 손에 넣게 됐습니다”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왼쪽)가 서울미술관 안병광 회장으로부터 남편의 작품인 ‘황소’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있다.
안 회장이 가장 아끼는 컬렉션은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연작 30점이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예수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2001년 개인 미술애호가로부터 인수한 작품입니다. 운보가 제작한 ‘한복 입은 예수’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5년 동안 추적한 끝에 소장자를 만났지요. 서양사에서 ‘예수의 탄생과 죽음’이라는 가장 큰 사건을 가장 한국적인 모습으로 풀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기독교가 토착화되었음을 드러내는 한국적 성화로, 한국 회화사에서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이 같은 작품들은 내년 2월 15일까지 열리는 서울미술관 소장품전에서 볼 수 있다. (02)395-0100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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