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에서 주인공 데이브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인터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
해킹 사건이 없었더라면 영화 ‘인터뷰’는 국내 언론에 가십 기사로 간단히 소개됐을 것이다. 북한이 배후로 지목된 해킹 사건이 유투브에 5.99달러(약 6600원)을 내도록 만들었다. 유투브에서 결제하면 48시간 동안 스트리밍 방식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이야기는 연예 토크쇼 ‘스카이라크 투나잇’의 진행자인 데이브 스카이라크(제임스 프랭코 분)과 프로듀서 애런 래퍼포트(세스 로겐 분)이 북한에 들어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인터뷰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김 위원장과 인터뷰는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성사시켜 보고 싶은 건이다. 영화에서 김 위원장과 인터뷰는 연예인들 사생활이 아니라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싶어하는 데이브가 ‘스카이라크 투나잇쇼’를 김 위원장이 좋아한다는 기사를 보고 애런에게 제안하면서 추진된다.
인터뷰에 나서는 두 사람에게 미중앙정보국(CIA)가 암살 임무를 맡기면서 상황이 복잡해진다.
영화에서 ‘프레지던트’ 직함으로 불리는 김 위원장 역할은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한국계 코미디언 랜들 박(Randall Park)이 맡았다. 김 위원장 얼굴과 그리 닮지는 않았다. 그는 데이브와 대화할 때 영어를 유창하게 쓰지만 북한 간부들과 대화에서 쓰는 한국어는 한국인이 듣기에 억양과 어투가 매우 어색하다.
가령, 데이브 일행이 김 위원장 암살을 위해 반입한 치명적인 바이러스 반창고를 껌으로 잘못 알고 씹은 북한군 고위인사가 연회 도중 발작을 일으켜 오발사고로 다른 동료와 숨지자 그들에게 달려가 이렇게 울부짖는다. “내버려두지 마십세요. 다시 돌려주십세요.”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인터뷰를 통해 도발적인 질문으로 자신의 이중성을 지적한 데이브를 총으로 쏴 죽인 김위원장이 데이브 일행의 탈출을 안 뒤에는 “그 *같은 *. 그 ** 대가리 원해! * 먹을 거야. 그 ** 나래 폭탄 쏠 거야”라고 말하는데 듣기가 거북했다.
특히 영화에는 김 위원장의 신격화를 조롱하고 풍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은 몸 내부에서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므로 화장실에 갈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나 데이브와 인터뷰 도중 자신의 나약함이 드러나자 울면서 바지에 큰실수를 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등을 돌린 김 위원장의 알몸도 공개된다.
영화는 PG18 등급에 걸맞게 손가락이 잘리고 얼굴에 총을 맞는 등 끔찍한 장면이 들어 있고 성적인 대사나 유머도 많다.
영화에서 데이브 일행이 북한을 탈출하면서 데리고 나온 강아지에게 “개고기를 안 먹는 미국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말하는 것이나 동해를 일본해로 얘기하는 부분은 이 영화가 일본계 소니픽처스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일깨워줬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