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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신권왜곡색민정(臣權歪曲塞民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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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26 21:13:04 수정 : 2014-12-26 22: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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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요구에 대해 귀를 닫는 것은 아니다.”, “고귀한 의견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온 나라가 혼돈에 빠져 있는 비정상시국에 청와대 대변인의 말이다. 청와대의 인적 쇄신 필요성 지적에 대해 에둘러 답을 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된 지 2주년 되던 지난주 특별한 행사 없이 평소 일정을 소화했다. 당 지도부와 만찬을 하며 자축했던 지난해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럴 만도 하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인 40%대를 밑돌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왜?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논란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쇄신을 위한 해법이 긴요하다. 그렇다면 원인 진단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답은 나와 있다. 국회의장까지 걱정할 정도로 박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대통령 본인이 아무리 ‘소통엔 문제가 없다’고 해도 절대 다수가 “그렇지 않다”고 느끼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국민여론이 그렇다고 하는 게 아닌가.

백성의 눈과 느낌, 곧 민심은 섬뜩할 정도로 정확하다. 그래서 ‘대학’은 민심에 대해 “열 개의 눈이 지켜보고, 열 개의 손가락이 가리키니 그 얼마나 엄하고 무서운가(十目所視 十手所指 其嚴乎)!”라고 경책했던 것이다.

대통령이 쇄신을 결단해야 한다. ‘유출에 경도된 수사 결과’에 매이지 말고, 사태 발생의 원인(遠因)을 직시해 단안을 내려야 한다. 어느 수준이어야 할까. 적어도 비서실 통제에 실패한 대통령 비서실장과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해선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왜 그들이?’라고 감쌀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배제한 인적 쇄신은 신을 신고 발바닥 긁기일 뿐이다. 읍참마속(泣斬馬謖)해야 한다. 그래야 민심을 회복할 수 있다.

“군주의 도가 분명하면 상하가 통하나, 신하가 권세를 부리면 백성의 사정을 알 수 없다(主道分明上下亨 臣權歪曲塞民情).” 춘추시대 명재상 ‘관자’의 충언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臣權歪曲塞民情 : ‘신하가 권세를 부리면 백성의 사정을 알 수 없다’는 뜻.

臣 신하 신, 權 권세 권, 歪 기울 왜, 曲 굽을 곡, 塞 막힐 색, 民 백성 민, 情 뜻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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