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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열의경제수첩] 3%대 성장률이 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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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26 21:22:13 수정 : 2014-12-26 21: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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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에 시달리는 日 ‘디플레 위험’ 유로존
한국 3%대 성장률 낮은 것만은 아냐
‘국민행복시대’ 도래 양극화 해소에 달려
편한 날 없는 한해였다. 드센 말의 기운이 시시각각 온 나라 구석구석을 짓밟고 간 느낌이다. 120년 전 갑오(甲午)년이 그랬던 것처럼. 1894년이 동학혁명과 청일전쟁으로 요동쳤다면 2014 갑오년은 세월호 참사와 국정위기로 흔들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결과는 참담하다. 열강에 나라 운명을 내맡기는 망국의 설움이나 야만성과 천박함이 뒤범벅된 우리 사회의 민낯을 확인하는 충격 모두 끔찍하고 절망스럽다. 세월호 이후 국가개조의 장담은 아득해졌고 역사의 시곗바늘은 보란듯이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절망이 깊을수록 희망에 대한 열망은 커진다. 갑오년의 끝자락에서 희망찬 건배사와 함께 폭탄주를 들이켜는 자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열망이 크다고 희망이 덩굴째 굴러들어올 리 없다. 이상은 아름답고 현실은 추악한 법이듯 세밑 기류는 싸늘하고 허전하다. 새해를 앞두고 해고의 칼날을 맞은 친구들 소식이 하나둘 들려오고, 새해 경제전망엔 낙관보다 비관, 기대보다 걱정이 지배적이다. 추락하는 성장률 전망치가 약해지는 자신감, 짙어지는 그늘을 상징한다. 지난 10월 경제전망에서 새해 전망치를 4.0%에서 3.9%로 낮춘 한국은행은 추가로 얼마를 더 낮춰야 할지 목하 고민 중이다. 전망기관들은 대체로 3% 중후반을 기록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걱정과 한숨만 토하며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러면 절망은 확대 재생산되고 경제는 침체의 늪에 더욱 깊이 빠져들 것이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지 않던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말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주체들의 집단적 낙관주의와 이에 따른 긍정론의 확산으로도 경기는 회복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어느 경제학자는 말했다. 무조건적 희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망상이어선 곤란하다. 희망은 정확한 현실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을 때 비로소 세상을 바꾸는 긍정의 힘으로 작동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경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3%대의 성장률을 어떻게 볼 것인가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3%대라는 수치를 저성장 징표로 여기고 걱정들을 쏟아내지만 꼭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돈을 풀고 풀어도 무기력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본, 소비가 위축되면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진 유로존에 비하면 3%대 성장률은 낮은 게 아니다. 이 정도면 잠재성장률에 거의 부합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잠재성장률은 우리 사회가 보유한 인적, 물적 자원으로 물가상승 등 부작용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성장률을 말하는데 한은은 3% 중후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류순열 경제부 선임기자
경제성장률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인데 이 지표만으로 경제성장을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양극화가 말해주듯이 분배구조가 균형을 잃은 현실에서 이 같은 총량지표는 국민경제의 보편적 수준을 설명하지 못한다. 경제지표는 좋다는데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다.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성장률을 끌어올린다고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국민행복시대’는 도래하지 않는다.

이렇게 3%대 성장률과 GDP에 대한 생각만 바꿔도 경제를 보는 눈은 확 달라진다. 무엇보다 “파이만 키우면 된다”는 ‘성장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부는 “빚내서 집 사라”는 위험천만한 단기부양의 유혹에서 벗어나 보다 믿음직하고 품격있는 정책을 펼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업들도 마치 환율에 살고 환율에 죽는다는 듯 호들갑떠는, 지질한 ‘환율의존경제’에서 벗어나 실력으로 진검승부하게 될 것이다.

새해는 을미(乙未)년, 양의 해다. 우리 민족의 삶에서 양은 상서로운 이미지를 축적해왔다. 양을 보면서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조짐을 느끼고 바라왔던 것이다. 그 조짐이 현실화하려면 케케묵은 고정관념을 버리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세밑이 우울한 만큼 새해 희망은 절실하다.

류순열 경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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