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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학교에 들어가서 ‘철수야 안녕?’ ‘영희야 안녕?’ ‘바둑아 놀자’ 하며 글을 배운 것은 옛날얘기다.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를 펴면 ‘나, 너, 우리 학교 즐거운 학교’ ‘나, 친구, 선생님, 모두 모여, 우리는 하나’ 등으로 시작한다. 요즘 어린이들의 80% 이상은 글을 배우고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교사들도 어린이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가르친다. 그러니 국어 교육의 목적은 단순히 읽기 쓰기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통합 운영해 의사소통 능력을 정확하게 길러내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는 ‘하늘 천 따 지’로 시작하는 천자문(千字文)으로 한자를 배웠다. 천개의 한자로 된 사언절구의 문장인 천자문은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양나라 황제 무제의 명령을 받고 주흥사가 하룻밤 동안에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룻밤 동안 천자문을 짓고 나니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렸다고 해서 백수문(白首文)이라고도 한다. 천자문은 대자연의 이치와 중국의 문명사, 개인의 인생 역정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대서사시이다. 첫 문장이 천지현황(天地玄黃·하늘은 위에 있으니 그 빛이 검고 그윽하며, 땅은 아래 있으니 그 빛이 누르다)이니 다른 교육 입문서와는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천지는 만물(萬物)이고 만사(萬事)다. 천지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사리분별이 뚜렷하지 못한 인물이라면 더 보태고 뺄 것도 없는 무식하고 무능한 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향해 “천지분간을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화를 냈다고 한다. 청와대 신년인사회 여당 참석자 명단에 당 3역의 하나인 비박계 이군현 사무총장이 빠지고 친박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포함된 것을 지적한 것이었는데, “실무진의 착오”라는 청와대 해명이 더 가관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이 신문 인터뷰에서 “금융감독 당국의 한 고위인사가 권력의 핵심 실세와 친하다는 것을 내세워 금융회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인사개입을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청와대의 ‘문고리 권력 3인방’과 안종범 경제수석을 거론했다. ‘찌라시 수준의 얘기’인지는 모르겠으나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구중심처에서 천지분간도 못하는 자들이 득세하고 있으니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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