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신고후 도주… 문경서 잡혀 실직 후 주식투자에 실패한 40대 가장이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뒤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6일 서초구 아파트에서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로 강모(48)씨를 붙잡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3년 전 컴퓨터 관련 업체를 그만둔 뒤 경제활동을 하지 않던 강씨가 주택 담보 대출금을 주식투자로 날리면서 미래가 불안해지자 가족을 살해한 것 같다”며 “강씨는 범행사실 전체를 시인했고,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동 세모녀의 살해 용의자인 강모씨가 경북 문경에서 체포돼 6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김범준 기자 |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강씨의 집에서 아내와 두 딸의 시신을 발견했다. 현장에는 강씨가 유서 용도로 쓴 것으로 보이는 노트 2장이 남아있었다. 노트에는 “미안해 여보, 미안해 딸아. 천국으로 잘 가렴. 아빠는 지옥에서 죗값을 치를게”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강씨는 아내에게만 실직 사실을 알리고 두 딸에게는 자신이 여전히 회사에 나가 돈을 벌고 있는 것처럼 꾸민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의 나이에 재취업이 되지 않던 강씨는 지난 2012년 11월 자신이 사는 대형 아파트(146㎡)를 담보로 5억원을 빌려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현재 생활비와 주식투자비로 3억7000만원을 잃어 채무 변제 압박에 시달려 온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사실을 스스로 신고한 정황 등을 보면 이번 범행은 계획적인 면과 우발적인 면이 반반 섞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유서는 아내와 두 딸이 잠들기를 기다리면서 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강씨의 아내와 두 딸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고, 7일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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