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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내 마음의 보석 같은 섬, 섬,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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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15 18:45:25 수정 : 2015-02-04 15: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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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최고 전망대 하동 금오산
금오산 정상의 무수한 돌탑들.
우리 땅에는 ‘금오’라는 이름의 산이 여럿이다. 그 뜻은 둘로 나뉘는데, ‘쇠 금(金)’에 ‘자라 오(鰲)’나 ‘까마귀 오(烏)’자를 쓴다. 경남 하동, 전남 여수, 경북 경주의 금오산은 ‘자라 오’자를 쓰고, 구미와 경남 밀양, 충남 예산의 금오산은 ‘까마귀 오’자를 쓴다. 자라를 닮았든, 까마귀를 가리키든, 여러 금오산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구미와 여수에 자리하고 있다. 구미 금오산(976m)은 빼어난 산세로 이름이 높아 예로부터 영남팔경 중 하나로 꼽혔고, 1970년 국내 최초의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여수 돌산도에 솟아 있는 금오산(321m)은 천하명당으로 꼽히며, 우리나라 최고의 일출 명소인 향일암이 자리해 일년 내내 사람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려수도의 쪽빛 바다와 무수한 섬들이 일망무제의 풍경을 펼쳐보이는 경남 하동 금오산 정상은 남해안 최고의 전망대다. 금오산은 정상까지 포장도로가 이어져 있어 등산이 버거운 사람도 단번에 올라 감동스러운 바다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명성이나 산세의 아름다움으로 치면 하동 금오산은 구미와 여수의 금오산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맛으로 순서를 정하자면 하동 금오산을 첫손 꼽아야 할 것이다. 구미와 여수의 금오산 정상 아래로 펼쳐지는 전망도 손색없지만, 하동 금오산 것이 워낙 출중하다. 하동 금오산은 우리 땅의 내로라하는 여행 명소들이 즐비한 남해안에서도 감히 최고의 전망대라고 말할 수 있다. 서단의 전남 진도에서 동단의 부산 송정까지 남해안 바닷가에서 하동 금오산의 조망을 능가하는 봉우리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하동 금오산의 높이는 해발 849m. 하동 북쪽은 1000m를 넘는 봉우리들이 즐비한 지리산에 연결돼 있지만 남해 바닷가에 접한 금남면과 진교면 일대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다. 금오산 바로 아래는 중평항이다. 발을 딛고 선 곳이 해발 0m에 가까운 바닷가이니, 이 산의 체감 높이는 1000m를 훨씬 넘을 것이다.

하동 금오산에는 다른 매력 하나가 추가된다. 발품을 팔지 않고 차를 타고 손쉽게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산 정상에 한국통신 중계탑이 서 있는데, 그곳까지 포장도로가 연결돼 있다. 빼어난 전망을 즐기려면 입에 단내가 나도록 산길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이곳은 땀 흘리며 발품을 팔 필요가 없다.

진교면 대원사라는 작은 절집 입구에서 시작된 포장도로는 산둘레를 돌고 돌아 7㎞가량 이어진다. 일찌감치 관광지로 개발된 구미와 여수의 금오산 초입에는 식당과 민박집이 빼곡하지만, 하동 금오산 입구에 보이는 것은 절집 안내판뿐이다. 이 일대에서 영험한 기도처로 꼽히는 금오산에는 안내판만 붙은 암자가 대여섯 개나 된다.

구불구불 산길을 몇 번이나 돌았을까. 정상에 다가가 마지막 모퉁이를 도는 순간, 탄성이 터져나온다. 믿기지 않은 광경이 눈 아래 펼쳐진다. 우리 땅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다. 쪽빛 바다 위에 수많은 섬들이 떠 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풍경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왼쪽으로는 고전 ‘토생전’의 배경이 된 비토섬 등 사천의 섬들이, 오른쪽으로는 광양의 섬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등을 돌려 북쪽을 바라보니 지리산의 연봉들이 물결치듯 내달리고 있다. 이 역시 매력적이지만, 남쪽의 풍경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이쪽에 시선이 고정될 수밖에 없다. 

산정에는 남녘 바다를 향해 널찍한 나무데크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금오산 정상에서 맞는 일출이 장관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새해 새 아침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 일대에 해맞이공원을 조성했다. 아예 이 나무데크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자는 사람도 많다. 이토록 빼어난 바다 풍경이 있으니 해넘이 또한 기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연기를 내뿜는 하동화력발전소 넘어 광양 쪽으로 지는 해가 남해의 섬과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인다.
저물 녘 하동 금오산 정상에서 마주한 황홀한 석양.

금오산 아래 저 남해바다가 지금은 저토록 아름답고 평화롭지만, 수백년 전에는 치열한 격전의 무대였다. 금오산과 남해도 사이에 있는 좁은 물목을 노량(露梁)이라고 부른다. 금오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서남쪽에 자리한 섬이 남해도다.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인 남해도와 육지 사이에 있는 이 해협은 물살이 거세기로 이름이 높다. 1598년 11월 바로 이곳에서 노량해전이 벌어졌고,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서 전사했다. 이 해전을 마지막으로 7년간의 임진왜란도 끝이 났다. 1973년 이 해협 위에 남해대교가 세워졌는데, 남해대교의 북단이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다.

하동=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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