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내릴지 몰라서 도시 중심부로 보이는 곳에서 무작정 내렸다. 사람이 많았고, 시장이 있어 보여 내렸다. 카메라를 들고 내리니, 사람들 시선이 나에게로 몰렸다. 아마도 이곳에 동양인이 없나 보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니, 사람들이 자기도 찍어달라고 자세를 취한다. 사람들이 사진촬영에 호의적이다.
과일은 조각으로 팔기도 하고, 접시에 담아 주기도 한다. |
희한한 물건도 거리에서 팔고 있었다. 우리나라 거리 풍경과도 비슷할 것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재미있는 물건들이 많은 것도 우리나라와 닮았다. 이곳에선 양탄자부터 레몬까지 별걸 다 판다. 지역마다 각자의 특산품을 팔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다른 물건을 볼 수 있었다. 산크리스토발에서는 과일은 기본이고, 말린 고기를 팔고 있었다. 한 덩어리가 너무 커서 어떻게 먹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도로에서 파는 말린 고기는 너무 커서 어떻게 먹는지 궁금하다. |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가득한 시장에는 사람들 사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이런 시장을 좋아한다. 산토도밍고에도 차이나타운에 이런 시장이 있다. 토요일 낮에만 장이 서는데, 귀한 생선부터 갑각류에 두부까지 없는 물건이 없다. 모든 걸 다 구할 수 있는 차이나타운에 가면 재미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도미니카공화국 사람들은 나를 중국인으로 착각할 때가 많지만, 중국 사람들은 나를 보면 바로 한국인이라는 걸 안다.
고기는 원하는 대로 다듬어준다. |
시장에는 덤이라는 아름다운 풍습이 존재한다. 이건 어느 나라에서나 똑같다. 흥정을 하고 한두 개를 덤으로 주며 웃음이 오간다. 사람들 사이의 정이 느껴진다. 상권을 놓고 싸움이 날 때도 있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친해지는 게 상인들이다. 재미있는 일도 생긴다. 시장에서 신발 하나를 사서 신었다. 신고 있던 신발의 끈이 끊어져서 어쩔 수 없이 새 신발을 사서 신고 다녔다. 30분 정도 걸었더니, 신발 밑창이 분리되어 버렸다. 질질 끌고 가서 신발을 바꿔달라고 하니까, 이번 한 번만 바꿔주겠단다. 그러니 잘 골라 가야 한단다. 그러니까 불량품을 파는 게 문제가 아니라, 불량품을 골라 간 내가 잘못했다는 식이다. 생각해보니, 이런 시장에서는 내가 잘 골라 갔어야 했다. 이번에는 튼튼한 신발로 잘 골라 신고 나왔다.
색색이 예쁜 과일을 진열해 놓은 가게. |
무턱대고 탄 버스 종착역인 산크리스토발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산토도밍고로 오는 길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내 손에도 물건이 잔뜩 들려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한 바구니 팔아도 될 만큼 사왔다. 가끔은 이렇게 모르는 곳을 향해 버스를 타도 괜찮은 일이다. 그래서 다음 번엔 ‘바니’에 가기로 했다. 바니는 산크리스토발보다 더 먼 곳이다. 이제 곧 바니행 버스를 타 볼 생각이다.
강주미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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